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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김현진 - 누구의 연인도 되지마라

by Desmios 2010. 12. 16.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 6점
김현진 지음, 전지영 그림/레드박스

  가끔, 자기 얼굴이랑 이름이 들어가 있는 책들이 있다. 자꾸만 베르베르의 책 뒷표지에 있던 그 거대한 코가 생각나서 싫어진다. 아오 얜 또 뭐야. 내가 아는-알아야만 하는-사람인가? 모르겠는데. 책 날개를 보니 『네 멋대로 해라』의 저자였다. 어렴풋이 뭔가 세일러문 타령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하도 오래 전에 읽어서 자세히는 기억 안나지만 2009년 이 책에 실린 얼굴을 보아하니 계속 그렇게 네 멋대로 살았나 보다.
  매장에서 종업원이랑 싸우고, 마스카라 완전 찐하고, 자기 마음에 안들면 소리 지르고, 자기애와 자학기질이 함께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손 못대게 할 것 같은 얼굴이다. 전형적으로 내가 무서워 하는 언니 타입이네. 그래도 그런 그녀를 책으로 읽는 것은 괜히 얼굴 생각나게 하지도 않고, 내가 아무리 삐뚤어진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다 하더라도 책에서 갑자기 튀어 나와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하진 않을테니까 다행. 휴- interaction이 불가능한 구세대 매체라는 게 꼭 구려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책으로 돌아와서,
  '김현진의 B급 연애 탈출기'라길래 'B급이 뭘까' 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B급이 아니었다. B급을 나는 '조금 질떨어지는' 그러니까 좀 찌질하고 궁상맞은 연애 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왠걸 왜 이리 스펙타클해. 레즈비언의 부치 얘기는 한 사례 밖에 없어 그렇다 쳐도 유부남, 연하, 방귀끼는 여친 등등 괜찮아, 베이비. Cosi fan tutte!(코시 판 투테, 이것이 여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C급 연애, S급 연애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A에 반대급부[각주:1]인 B가 있을 뿐이다. 그 어떤 기준으로든 연애의 등급을 나누어 얘는 스펙이 좋으니 S급이네, 얘는 얼굴이 못생겨 B급이네 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서로 한 없이 사랑하고, 다투지 않고, 언제나 향기가 폴폴 날 것 같은 연애는 드라마에서 조차 인기가 없다. 모든이의 연애는 적당히 찌질하고, 적당히 궁상 맞고 서로 지지고 볶으면서도 둘이 그냥 좋아 죽는 그런 연애들일 뿐이다. 울 때도 있고 웃을 때도 있고 적당히 그렇게 사는 것이 A라면, 최소한 그보다 더 나빠 상처 입고 상처 주는 연애는 하지 말라는 소리다.

  오늘 네이버 웹툰 정글고에 비슷한 말이 마침 나왔으니 비유해 설명하자면

입시명문사립정글고등학교, 444화

네이버웹툰 "입시명문사립정글고등학교" 444화 꿈과 미래와 현실



  연애에 실패했다 성공했다 말 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 뿐이다. 이태원걸의 연애도, 애정결핍자의 연애도 모호한 판단 기준으로 너는 B급이라고 함부로 얘기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잘 생각해보고, 상대방에 대해서도 잘 생각해보고, 그리고 후회하지 않도록 열열히 사랑한다면 글쎄...

   그래도 아직은 잘 모르겠구먼- 작년과 똑같은 고민을하고 있는데도 난 여전히 모르겠다. 그래도, 사랑을 해야 할까? (작년 포스트 링크)


  책 평점은, 내가 무거운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3개를 줬지만 사실 4개를 줬어도 좋을 만한 책이다. 특히, 고양이남을 사랑하는 여자들을 위한 "4. 도대체 고양이랑 남자한테 뭘 기대한거야?"와 춘향+이도령과 로미오+줄리엣의 커플 비교 "1.십대여, 줏대를 가질지어다"는 꽤 볼만하다. 더욱이 괜찮은 책 추천 - 이유명호,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도 받았으니 4개 줬어도 좋은데.. 아 지금와서 수정하긴 귀찮으니 그냥 말고 ㅋㅋ
  한가지만 더 얘기하자면, "오빠"라는 말이 주는 간지러움에 대해 쓴 말이 기억에 남는다.

5. 오빠라는 이름에서 해방되다
p.139

  살짝 더 자라서 일 관계로 건너 건너 만나게 되는 남자들은 은근히 자신들을 "오빠"라고 불러주기 바라는 것 같아서 그 말이 더욱 간지러웠고 세월을 통과하면서 이십 대의 여자가 어떤 상황에서 "오빠~~"라고 부르면 안 될 일도 될 수 있을뿐더러 간단하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에도 쓸데없는 염치로 이 두 음절이 괜히 낯 뜨거웠다.

  나 역시 왠지 오빠라는 말이 주는 간지러움이 너무 부끄러워서 주로 '형', '선배', '--씨'라는 호칭을 사용하는데. "왜 오빠라고 안하고 형이라고 불러?"라고 물어보면 대답하기가 궁색해진다. 그닥.. 별로 큰 의미는 없는데 오빠라는 말이 너무나 부끄럽단 말이지.. 왠지 부끄럽단 말이야. 형이라고 부르는 여동생 하나쯤 있어도 괜찮지 않겠어? 좀 봐주어...


  1. 반ː대―급부 (反對給付)【명사】 1. 어떤 일에 대응하여 얻게 되는 이익. 2. 『법』 쌍무 계약(雙務契約)에서, 한쪽의 급부에 대하여 다른 쪽이 하는 급부《매매(賣買)에서 물건의 양도에 따른 대금의 지급 따위》. 여기서는 2번의 뜻. A가 갑이면 B는 을일 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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