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구별 여행자

마음에 담긴 여행지

by Desmios 2008. 11. 26.

  모든 사람에게, 그 사람이 처음으로 간 해외 여행지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고 한다. 살던 곳과는 다른 환경이 주는 최초의 충격이 강력하게 개인의 마음에 파고든다. 또 다시 해외 여행을 가게 되면 그 때는 '뭐 사람 사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기지' 하는 마음이 들지만, 첫 여행지 만은 이국적이고 특별한 정취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나에게도 첫 해외 여행지는 특별한 기분과 애틋한 그리움과 함께 마음 속에 남아 있지만 나는 요근래 더욱 더, 그 첫 나라 보다 이 사진 속의 나라가 그리워 진다. (아무래도 나는 늦은 가을을 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형제의 나라' 라는 둥 하지만 실제로 가봤더니 날 보며 '오하이요'만 하던 사람들 (물론 대한항공 승무원이 나보고 일본인이냐고 물어보긴 했지만), 2차선 도로에서 대형 트럭이 대형트럭을 추월해 달려가고 그 반대편 차선에서도 대형 트럭이 대형 트럭을 추월 하며 다가오던 도로, 구름 한점 없이 메마르게 이어지던 광야,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사이에 강이 아닌 바다가 놓여있지만 돈이 별로 없어서 다리가 몇개 안 놓여져 있는 수도, 요구르트 아이란 그 짠 맛에 익숙해 지기만 하면 갈증이 날 때마다 그 맛이 떠오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곳이 그리운 것, 그 곳에 있던 사람들. 그 짙은 눈썹과 길고 숱많은 속눈썹을 가진 사랑많은 사람들이 생각난다. Fulya, 발음해 보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상상해 본다. 다시 그 나라에 갈 수 있을까? 과속방지 카메라가 없던, 그 차 한대 없이 끝없을 것 처럼 이어진 회색 도로에서, 160km로 밟으며 추월 당하고 싶다. 

'지구별 여행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남의 산등성이  (0) 2008.12.22
그리움과 두려움의 길항  (4) 2008.12.20
동질감  (0) 2008.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