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는즐거움

마틴 셀릭만 - 무기력의 심리

by Desmios 2010. 12. 21.
무기력의심리 6점 상세보기


  이별 후유증으로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는 요즘, 이런 나의 상태가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싶은 요량으로 '무기력의 심리'를 빌렸다.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대상에 대해 '왜?'를 알고 싶어하는 건 그냥 천성이다. 1984년에 출판된 나보다 나이가 많은 낡은 책이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심리학을 공부하는데 동물실험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서문에 잘 나와 있는 것처럼,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다음 동물실험으로 인한 결과가 인간의 종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이거 유명한 사람/책 인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개와 전기 충격 실험이 이 책에 나와 있었다.

 

  좀 더 자세한 실험 내용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시라. 요즘 나오는 교양용 심리학 책, '어쩌고저쩌고 심리학' 처럼 아주 쉽지는 않다. 약간 논문 같은 느낌이고 조작적 정의가 단어 채로 나와 있어서 신경질 날 때도 있지만 "이 책을 준비하는 데 꼭 10년이 걸렸다"는 저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열심히 준비해서 꼼꼼하게 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기력에 관련해 궁금한 사람,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로라도 읽어 볼만은 한 책.


  그래도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귀찮은 사람도 있을테니 책의 내용을 내가 이해한 정도만 정리해서 말하자면 이렇다.

  무기력Helplessness은 우울증과 연관하여 생물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상태이다.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요소를 이 책에서는 두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통제가능성과 예측 불가능성이다. 사람은 충격을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을 자신이 통제할수 없다고 느낄 때, 그리고 그 상황을 예측 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무기력감을 느낀다.

  나의 경우를 비추어 비유하자면 이런 것이다. 군대에 간 남자친구와 헤어진 상황에서.

 1 통제 불가능성 : 내가 사회에서 무슨 짓을 하든, 하루에 세시간씩 기도를 하든 죽을것처럼 술을 마시든 아무 남자랑 놀아나든, 그 치에게 전화를 오게 하거나 빨리 전역하게 할 수 없다. 국방부 시계는 나와는 전혀 무관하게 움직인다.
 2 그치에게서의 전화, 휴가, 편지 등을 나는 전혀 예측 할 수 없다. 오늘 오면 좋지만 안와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3 나는 이러한 상황에 우울감을 느끼고 이 것이 만성적이 될 경우 무기력해진다.

 책에서는 갖가지 동물 실험과 사람을 대상으로한 실험 결과를 보여주지만 나에게는 바로 요런 식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오 꿉꿉해. 굳이 밝은 얘기를 하자면, 그래도 확실히 내가 왜 이렇게 아무 것도 하기 싫은지 알게 되어서 조금이나마 내 상황을 제대로 아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처음에 비해 시간이 지나서 많이 나아졌으니까. 앞으로는 더 나아지겠지.

<독서메모>

제8장 죽음, 2.인간에게 있어서의 무기력으로 인한 죽음
p.262-263

 (전략) Engle은 심리적 긴장감을 받아 급사한 데 대하여 6년 동안 수집한 170명의 사례를 밝히고 있다. 그는 급사에 대한 심리적 상황을 8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5가지가 무기력과 관련되어 있다.

 (1)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나 좌절
   심장병이 있다고 말한 적이 없는 88세의 노인은 딸이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손을 움켜쥐면서 감정이 급격히 흥분되었다. 울지도 못하고 계속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단 말이냐?"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아들과 장거리 전화를 하는 동안 갑자기 폐부종이 발생하여, 의사가 도착하는 바로 그 순간 숨을 거두었다.

 (2) 갑작스러운 슬픔
   악성 paraganglioma에 걸려 날이 갈수록 건강이 악화되는 22세의 처녀가, 하루는 어머니와 차를 몰고 나갔다가 자동차 사고로 그만 어머니는 사망하고 처녀는 무사했으나, 몇 시간 후 처녀도 혼수 상태에 빠져 결국 죽고 말았다. 부검 결과 상당한 metastases가 생겼으나 외상은 전혀 없었다.

 (3)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다는 위협
   43세의 한 남자가 15세짜리 아들이 유괴당했다는 장난 전화를 받았다. 허위로 유괴전화를 한 사람은 "아들을 살리고 싶으면 경찰에 알리지 마시오."라고 말했다. 이런 전화를 받은 후 4시간만에 그 남자는 죽었다.

 (4) 애도 기간 혹은 기일(忌日)
   아주 가슴 에이는 사례는 70세의 노인 이야기이다. 이 노인은 아내의 5주기 기일을 맞이해 열리는 음악회 개막식장에서 쓰러져 죽었다. 아내는 유명한 피아노 교사이어서 남편이 죽은 아내를 기념하여 음악학교를 설립했었고 이 음악회는 그 학교 학생들이 연주하는 것이었다.

 (5) 지위와 자존심의 상실
   어느 전직 고관이 죽은 후에도 계속해서 그를 옹호해 왔던 신문기자가, 그 고관의 101주년 탄생기념 연회석상에서 급사한 일이 있다. 초청연사 중 한 사람이 (생일 축하의 당사자인)죽은 고관의 사생활에 대한 비난을 퍼부어 청중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 신문기자는 벌떡 일어서서 자신이 존경하는 이 인물을 열렬히 변호하고는, 격앙된 감정과 분노에 가득 찬 가운데 자기 의견을 강력히 표현하였다. 그러나, 그 인물에 대한 이와 같은 비난을 연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되었으므로, 이 기자는 애석해 하며 "아담이 원죄를 저지른 후, 우리 모두가 죄인이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몇 분 후 숨을 거두고 말았다.
(Engel(1971)을 참조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