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는즐거움/이지적 성

양석일 - 남자의 성해방

by Desmios 2010. 12. 24.
남자의성해방 2점 상세보기


  좀 이상한 책이다. 예를 든 내용은 재밌고 쉬운데 저자가 말하는 내용은 뭔가 이해가 안된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대충 알겠는데 문장을 찬찬히 보고 있자면 숨이 막힌다. 공부 많이 했다고 잘난척하고 싶은건가? 아니면 그냥 번역이 이상해 이해가 안되는 건가. 긴가-민가-하면서 헷갈린다.

  여자가 강해졌다는 최근의 현상을 자칫하면 남녀의 역학 관계가 역전된 것 같은 역설에 빠져들기 쉬우나 제도 속에 한 발 넣어 보면 여자가 앉을 자리가 없음을 인식하게 된다.

  무엉? 무슨 말 하고 싶은지는 알 것도 같은데 으엉? 논리 전개가 대폭 생략되어 있는 채로 아 그렇다니까- 식이다. 독자를 설득하려는 느낌보다는 자기 생각을 되는대로 지껄이는 느낌이다. 택시기사였던 저자 자신에게 설교하던 그 사람들 같이 말이다. 물론, 그 말은 좀 불친절할 뿐이지 불쾌한 내용은 아니라서 참고 들어줄만은 하지만... 그래서인지 더 헷갈려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이름이 '양석일'이라 한국인인줄 알고 문장 이상한 것이 더 거슬렸는데 알고보니 부모가 한국인이고, 일본 오사카 태생이다. 일본어는 한국어와 어순이 같고 비슷하게 쓰는 낱말도 많아 발번역이 참 많다. 한국에서는 쓰지 않는 표현, 관용구를 대충, 그것도 말이라고 그냥 옮겨와 버리니 이해가 될리가 없다. 아아- 내용 외적인 욕은 여기까지만 하고 ㅋㅋ


  저놈의 부제 '왜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지 못하는가'는 누가 붙였는지 모르겠다. "남자의 성해방"이라는 제목을 읽으면 발발이 같이 싸지르고 다니면서 불리해지면 여자탓하기 일쑤인 남자에게 왠 성해방? 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ㅋㅋ), 작가의 입장이 잘 나와 있는 대목이 있어서 소개한다. 책 내용은 아래와 같은 내용을 구체적인 일화와 예의 그 이상한 논리 전개로 길게 쓴 것이다.

  남자의 성 해방 - 남녀가 서로 이해하기 위하여
p.231

  그건 그렇고 이 책에서 나는 남성 사회를 철저히 비판했다. 그것은 머물 줄 모르는 자본의 윤리와 극한에 도달한 관리 사회에 대한 비판이다. 남성 사회는 남성 자신을 얽어매기 위해 구속하고 남자의 성은 대부분이 빈 껍질이 되어 버렸다. 성의 근본적인 생명력을 남자는 오랜 세월 남성 사회라는 허구 속에서 다 써 버리고, 심신은 지칠 대로 지쳐 버린 것이다.
  이 책을 읽으신 남성 독자는 아마 내 생각에 이의를 제기할지 모르지만, 그것을 알고서 굳이 나는 이런 노지를 전개했다. 그것은 남성 사회의 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 나 자신의 관념마저 부정하는 일이었다.
  남자가 여자를 비판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다. 지금까지 남자는 여자를 호되게 비판해 왔으며, 여자의 성을 일방적으로 그려 왔지만, 그것이 역으로 남자의 신체를 그것과는 무관한 객체로서 스스로 규정해 왔던 것이다. 남자는 남자를 잘 알고 있을 만도 하지만, 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명백한 것이지만 새삼스럽게 말하자면 '남자다움'이란 말에 집약 돼 있는 미학이 실체를 동반하지 않은 희망이었음을 알 것이다.
  우리들은 남자와 여자를 상대화하는 것이 아니
[각주:1]고, 철저히 남자의 실태를 규명하는 점에서 종합성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히 곤란한 작업이다. 왜냐 하면 남자의 선입관은 남성 사회의 규범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므로, 그것을 깨기에는 남성 자신이 스스로 규칙을 깨는 것이 된다.
  나는 페미니스트도 아닐 뿐더러 여자에게 편드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남성 사회의 허구를 비판하고 보니 필연적으로 여자가 놓여 있는 상황이 부각되었을 뿐이다.
  물론 현대 여성의 모습에 나는 반드시 동조한다는 것도 아니다.
  많은 여자가 지금도 아직 남성사회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긍정하는 경향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많은 미혼 여성은 '삼고(三高;고수입,고학력,고신장)'을 원하며, 마치 남성 사회가 그녀들의 소망을 충족시켜 줄 것 같은 환상에 빠져 있지만, 이러한 몰지각한 환상에 휘둘려 여자의 엄한 현실을 모르는 무지도 또한 비판되어야 한다. 그리고 풍요를 구가하면서 자각 없이 제3세계의 여자 모습을 남의 일처럼 생각한다면 여자의 자립과 해방이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같은 여자로서 자기 몸에 걸맞게 자기를 스스로 책임져야만 비로소 여자의 자립은 보편성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로도 여자의 자립과 해방은 여성 자신의 손으로 복권해야만 할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출판 서적들은 남성 사회에 대한 '여자를 위한 성해방'이었다. '어떻게 하면 여자의 성해방은 가능한가'라는 관점에서 남성 사회를 비판해 왔다.
  그러나 수천 년에 걸친 남성 사회의 견고한 껍질을 여자 편에서만 타파한다는 것은 대단히 곤란하며, 그 곳을 돌파하기 위해선 '남성 자신이 남성 사회의 내부에서 친다.'는 이중의 방법론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여자만의 성해방도 있을 수 없고, 또한 남자만의 성해방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치면서 보니 역시 문장이....라서, 중요한 부분은 표시 했음.


  '남성 자신이 남성 사회의 내부에서 친다'라는 말그대로, 통쾌하기 보다는 좀 씁쓸한 얘기들이 가득하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남자의탄생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복지 > 여성학 > 남성학/남성문제
지은이 전인권 (푸른숲, 2003년)
8점
상세보기

  좀 더 잘 정리 되어 있으면서, 읽기 편하고, 한국인 실정에 더 맞는 책은 아무래도 전인권씨의 '남자의 탄생' 인 것 같다. 그래도 좀 재밌는 일화를 보기 원한다면 부실한 논리 구조는 무시하고 이 책도 나쁘지 않을 듯.
  전인권 - 남자의 탄생 이전 포스팅 링크


  1. "남자와 여자를 분리,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고" 라고 하는 게 좋을 듯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