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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_설

숲 속에서

by Desmios 2010. 12. 29.
Pentax K20D, F5.6, 1/250초 ISO 400, 55mm(18-55)
2010-06-19, 가평

  여름의 초입에 문득 나무가 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이 삭막한 도시에서 벗어나 초록의 공간에서 호흡하고 싶다. 소슬비가 내리는 주말, 어디로 가면 좋을까 생각하다 도서관 뒷길을 올랐다. 비가 많이 오면 물길로 변할 고랑을 건너며 물안개가 살작 낀 숲 속에서 우산은 거추장스러울 뿐이었다. 우산을 접고 나무 사이로 떨어지는 가느다락 빗줄기를 맞고 있으니 비가 따스하게 느껴진다.

  이 곳은 고요하지만 적막하지는 않다. 빗방울 소리가 숲 속을 채운다. 토독토독 작은 파열음 사이로 저 멀리 도서관 환풍기의 소리가 섞여 이 곳은 현실에서 살짝 빗겨 있는 것 같다.
  보드라운 융단을 깔아 놓은 것 처럼 보이는 이끼 낀 돌탁자,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바스락 소리, 비에 젖어 반짝이는 검은 돌들. 이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아름다움 속에 나만이 섞여들지 못하고 이질 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다가 사라진다. 비가 땅으로 스며들 듯 그 속에 오래 서있던 나 역시 이 풍경 속에 녹아든다. 걱정도 싸움도 시름도 나도 없다. 고요한 오후의 비오는 숲 속 풍경 뿐이다.



2010-2학기, 뉴스문장실습, 수업시간 글쓰기 "나의 평화로운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