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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이지적 성

정경숙 - 너희가 피임을 아느냐

by Desmios 2011. 1. 5.
너희가피임을아느냐
카테고리 기술/공학 > 의학 > 기타각과 > 산과
지은이 정경숙 (세계의여성들, 2000년)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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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남자에게의 대처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같이 자주지 않는 것이다. "남자친구는 콘돔 쓰기가 싫데요"에 대해 "그런 쓰레기 같은 놈이랑은 같이 자주지 마세요"라고 한다면 "그럼 헤어지란 말이에요? 잉잉" 하는 경우가 많아 미친놈년들이 얼마나 정신이 없는 가를 확인 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자신이 피임약을 먹지도 않고, 페미돔(여성용 콘돔)을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가서 콘돔 사와"하는 것이 부끄러워 뱃속의 애를 죽이는 것은 얼마나 소모적인 일인가.

 '너희가 피임을 아느냐'라는 조악한 제목이지만 (요즘 같은 센스로는 피임 ㄱ-ㅎ 이라고 해야 할까?) 얇은 책 속에 쉽게 읽히고 친절한 말투로 피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읽은 후 여동생과 여자친구에게 보여주고, 그 여자친구는 자기 남자 애인에게 보여주면서 퍼지고 퍼져야 할 책이다.
  청소년이 임신하면 학교에서 퇴학이라는 둥, 서강대에서는 여자가 임신하면 퇴학이라는 둥(이건 루먼지 진짠지 모르겠지만 검색이 안되는 걸 보니 수상하다)하는 얘기가 떠돌고, 미혼모 시설이 모두 만원이어서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가지 못하는 데다가 미혼모 시설이 장애인시설이나 실버시설만큼 거부되는 마당에 한국에서 피임을 제대로 못해서 임신을 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것 이상의 위험성이 충분하다.

  애라는 하늘에서 내려온 재앙을 두손에 받아 들고 싶지 않다면, 코린느 마이어의 NO KID에서 나온 말로 밖에 대처 할 수 없다. "해결책은 단 하나, 오로지 피임!"



  피임에 관한 책이지만, 처녀막 재생수술과 관련한 몇가지 에피소드가 나온다.

  몇 살 까지 성관계를 해본 적 없이면 마법사/마녀가 된다는 둥 하는 요즘 시대에 매직 데이니, 처녀막 재생수술 = 예쁜이 수술이네 하는 꼼수들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남자는말야. 25살이 넘어서도 동정이라면 마법을 쓸 수 있게 되지.

여자의 경우 이 리미트라인이 30이라는 설, 마녀가 아니라 페어리라고 불린다는 얘기도 있다.


  여자가 무슨 사고파는 상품도 아니고 성경험이 없으면 가치가 더 올라간다는 것이 우습지 않은가? 무슨 마트에서 유기농 상품은 더 비싸게 파는 그런 것도 아니고 말이다. 처녀막 재생수술은 처녀성에 대한 남성들의 신화(환상)와 여성의 교활함이 결부된 웃기지도 않은 촌극이라고 생각했다. 속이는 사람이나, 속는 사람이나, 속이고 속도록 만드는 사람들이나 미련하기 그지 없게 느껴졌다.

처녀막 재생수술
pp.153-154

  처녀막이 파열되면 피가 나오네 안 나오네, 말도 참 많다. 21세기에 처녀막 운운하자니 조금 우습긴 하지만 때로는 이것이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기도 하니 단순히 웃어 넘길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얼마 전 정신과 의사인 한 후배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그 후배의 말인즉, 자기 환자를 병원으로 보낼 테니 상담을 해서 처녀막 재생수술을 해주라는 것이었다.
 (중략) 서울이 고향이고 대학까지 졸업한 C양은 어느날 회식에서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해 택시를 잘못 탔고 택시 운전사가 아무 데나 내려놓고 간 모양이었다.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정도로 술에 취해 있었던 C양은 그만 외진 곳에서 여러 명의 남성으로부터 강간을 당했다고 한다.
  이 사건 이후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었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가 하면 대인 기피증이 생겨 몇 달 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C양에게 처녀막 재생수술을 해주었고, 그 후 후배에게 C양이 더 이상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만큼 상태가 호전되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어떤 잡지에서 여성들의 처녀막 재생수술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때로는 이런 처녀막 재생수술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는 것이 사실인데…….


  위에서 나온 상황을 보면 처녀막 재생수술이 C양의 상태를 호전시켰다는 것은 강간 사건 자체 보다 처녀막의 상실이 그녀에게 더 큰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처녀막에 대한 신화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녀에게 잃어버릴 만한 처녀막이 없었더라면 상처가 좀 덜 되었을까? 결국 처녀막 재생수술이 그녀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그 자체를 비웃기도 뭐하고, 복잡한 기분이 든다.

  처녀성에 대한 환상은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남성의 경제력에 대한 교환가치에 기초한다[각주:1]. 그리고 아직 세상 모르는 어린애를 선도하기 위해 어른들은 도덕이라는 모호한 가치 판단 기준으로 이들을 강압힌다. 아무튼 처녀는 지켜야 하니까 언제 어디서나 몸조심하라고.
  "내가 무슨 상품이야! 내가 처녀나 아니냐를 따지면서 나를 더 소중하게 대해주고 안 대해줄 남자라면 결혼도 안해!" 라며 짜증을 냈던 나였지만 누가 나에게 "처녀에요?" 묻는 다면 나 역시 "무례하시네요"라고 도덕만큼이나 모호한 예의의 기준을 빌어 대답을 회피 할 것이다. 그럼 내가 뭐라고 해야 할까? 그이는 정말 이것 저것 잘 빨고, 작지만 넣어두면 좀 커지기도 하는 흰색의 줄달린 솜뭉치였어요 라고 해야 할까.


  1. "내가 오랫동안 어렵게 지켜온 처녀성을 줄테니 나와 결혼해, 그리고 그 대가로 너는 나에게 경제적 안정감을 줘야해." 아, 고리타분하고 약아 빠졌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