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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이지적 성

언니네트워크 - 언니네 태그놀이

by Desmios 2011. 1. 11.
언니네 태그놀이 - 2점
언니네트워크 지음/또하나의문화


  예전에 언니네에서 출판된 책을 하나 읽은 것 같은데 독후감이 없다. 없는 건지 못찾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래서 읽은 책 독후감을 써놓는 게 중요하다니까. 그 때 읽었던 책은 '언니네 방' 이었는데 명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꽤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번 책은, 음 재미 없어 -_- 아주 주관적인 별점하나.
  여성주의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겠지만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보는 사람들의 시선과는 별개로 나는 점점 여성주의가 그닥 흥미롭지 않다. 언론학을 공부하다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는 그 지겨움 때문에 사회학쪽으로 관심을 돌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만날 나오는 버지니아 울프, "A-women"이라고 말하던 초기 여성주의자의 경건한 눈빛. 아잉 부담스러워요.
  뭐 그렇다고 내가 여성주의를 빠삭하게 아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지만 같이 있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무엇이 느껴진단 말이야. "자, 짜장면으로 통일하지"라고 했을 때 "저는 볶음밥으로 주세요"라고 하는 것 보다 더 나아가 "왜 짜장면으로 통일해야 하나요? 저는 볶음밥이 먹고 싶은데요. 다른 사람이 당신 말에 토를 안단다고 당신이 대장인 것 처럼 굴면 안되죠." 라고 하는 기분.
  아마도 세상에 적당히 타협할 줄 알게 된 꼬리내린 개인 나의 자격지심이거나, 여전히 남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쌈닭의 냄새를 풍기는 나의 동족혐오 둘 중 하나겠지만 내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생각하기 골치아파서 패쓰.

 그렇지만 이 것 하나만은 꼭, 당신(들)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모든 언니와 동생들을 위해 노력해주어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 요즘은 남녀 차별이라는 단어가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고, 페미니스트는 전부 이상한 오타쿠처럼 느껴지는 시대입니다. 남자들 기죽이는 무서운 '알파걸'도 등장했고, 호주제도 폐지된 마당에 양성 평등도 아닌 여성주의라니! (마초들은 물론이거니와 여성들도 여성주의의 편협성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지요.) '나처럼 실력으로 당당하게 승부해서 자립할 수 있는 멋진 여자'에게 여성주의라는 틀을 덮어씌우지 말라고 하는 이들도 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선배 여성주의자들의 희생과 부단한 투쟁 없이 어떻게 우리가 투표권을 얻을 수 있었으며 학교를 다니고 배움을 발판 삼아 성공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 수 있었겠어요? 선배 여성주의자들이 우리에게 안겨 준 이 놀라운 혜택은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을 부여해 주었습니다. 거기에 조금만 더 보태서, 여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하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원래 그런 거라고 지레 체념해 버린 것들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고 바꿔 나갈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덕분에 여자로 세상이 나아지고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