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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_진

눈 그림자

by Desmios 2008. 12. 8.

  처음으로 눈 그림자를 보았던 때를 기억하고 있다. 내가 다니던 교회에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교회 신도들의 집을 돌면서 노래를 부르고 과자를 챙겨오는 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그 해의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도 두툼하게 옷을 챙겨 입고 노래를 부르러 다니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좀 춥고 졸리고 힘들기도 한 행사지만 그 당시는 그게 얼마나 재밌고 신나던지) 이 집에서 노래 부르고 과자를 챙긴 다음에 (챙긴 과자는 다음날 애들에게 나눠 주고, 남은 과자는 떨어질 때 까지 매주 애들의 간식으로 쓰곤 했다) 다음 집으로 걸어 가는 도중 눈이 왔다. 그리고 그렇게 내리는 눈을 보며 난 처음으로 눈 그림자를 봤다.

  눈 그림자는 함박눈 같이 알이 굵은 눈 밑에 생긴다. 눈 오는 것을 보면서 기쁘게 가로등 밑으로 달려가 눈 그림자를 기다렸지만 그림자가 생기지 않았다. 조금 아쉬웠다. 정확하게는 생각이 안나지만 아마도 꽃보다 남잔가 아니면 고쿠센인가 하는 일본 드라마에서 복층으로 된 창 옆에 벚나무가 있고 벚꽃이 떨어지는 그림자가 방안에 비치던 것이 생각난다. 벚꽃 지는 그림자와 눈 그림자는 닮아 있다. 결론으로 내리긴 좀 어색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추운 겨울 밤 보다는 봄 밤이 좋으니까... 봄이나 어서 왔으면

 (영하 12도 서울은 너무 추웠다. 허벅지가 너덜너덜하게 갈라지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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