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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할레드 호세이니 - 그리고 산이 울렸다

by Desmios 2014. 6. 22.
그리고 산이 울렸다 - 8점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현대문학



  몇 달 전, 이사 직후 친구들이 집들이를 왔을 때 나는 친구 중 한 명에게 연을 쫓는 아이를 빌려 줄까 했었다. "책을 빌리는 사람은 바보이지만, 책을 빌려주는 사람은 더 바보다[각주:1]"라는 말도 있고, 나는 책을 깨끗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다가 어지간히 재미있고 마음을 울린 책이 아니라면 사지 않는다. 때문에 나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그 책을 빌려주기에 앞서 연을 쫓는 아이를 다시 읽어보았다. 일전에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을 쓸 때는 별 네개를 주었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독후감을 더 길게 쓸 수가 없었다(연을 쫓는 아이 이전 독후감 링크) 다시 책을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은 마음이 너무 아파져서 일년에 두 번 이상 읽을 수가 없다, 적어도 삼년에 한번 정도는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할레드 호세이니가 다작하지 않고 천천히 책을 쓰는 타입이라는 것은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나에게 했어서는 다행이다. 2003년에 첫 작품 「연을 쫓는아이The Kite Runner」, 2007년에 두번째 작품 「천 개의 찬란한 태양A Thousand Splendid Suns」 어제와 오늘 읽은 「그리고 산이 울렸다And the Mountains Echoed」는 2013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그리고 또 다시 마음이 울렸다.


  또 다른 친구가 나에게 신체적인 것이 아닌 콤플렉스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하룻밤 동안 생각해서 다음날 나는 "파더콤플렉스father complex"라고 대답했다. 독후감을 쓰며 뜻을 찾아보니 내가 생각한 뜻과 그닥 맞지 않지만[각주:2], 나는 콤플렉스라는 용어 자체의 뜻에 따라 내가 가진 콤플렉스가 아버지임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각주:3]. 즉 나는 아버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든 강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내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받았으며 앞으로의 선택에 있어도 아버지의 판단에 의지할 확률이 높고, 누군가 아버지에 대해 나쁘게 말하면 나 자신을 나쁘게 말할 때보다 훨씬 더 화를 많이 낼 수 있다. 

 또한, 아버지와 관련된 작품들을 보면 크게 반응한다. 이 점이 내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작품을 좋아하게 된 어떤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독후감에서 책의 내용과 줄거리를 언급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책의 줄거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 할것인가는 독자 개개인의 소중한 경험이지, 파리와 압둘라가 이랬니 저랬니 떠들어 대면 활자화된 매체가 필연적으로 가지는 권위에 따라 내 해석이 옳은 것 처럼 느껴질까봐서이다. 그러나 이 블로그의 유입경로를 보건데 한국의 많은 학생들이 다른 사람이 쓴 독후감을 찾아 오는 것 같으니 팁을 남긴다. 책의 마지막인 574페이지부터 시작되는 옮긴이의 말을 보세요. 다 나오는데다가, 낱장으로 10장밖에 안된답니다. 


  맨날 비슷비슷한 등장인물과 거의 똑같다고도 할 수 있는 플롯, 같은 메시지에 같은 상황만 쓰는 작가들은 작가로서의 재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일갈을 토했었다. 그러나 할레드 호세이니는 어째 비슷한 내용인데도 각각 이렇게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것일까. 그건 그를 수식하는 말마따나 '스토리텔링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이 세 번째 책은 파리와 압둘라 오누이라는 메인 스토리 줄기를 따라가며 그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이 곁가지로 초라해 보이지 않고 한데 어울려 훌륭한 양탄자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했다. 이 것은 작가로서 그가 가진 재능이나, 세 권의 책을 쓰면서 더욱 발전한 그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책을 좀 더 써줬으면 하는 작가들이 있고, 이제는 그만 좀 썼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물론 호세이니는 전자이다. 그에 대한 찬사는 책 앞뒤로 빼곡히 써있을테니 이정도만 하고 나는 산의 울림을 좀 더 곱씹으러 가야 겠다. 



  1. 당나라 단성식(段成式)이 쓴 《유양잡조酉陽雜俎》라는 책에 나오는 ‘이치(二痴)’란 말. 관련된 글에 대한 링크는 다음과 같다: http://www.freecolum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6 [본문으로]
  2. "아버지와 거리를 둔 엄격한 가정에서 자라난 경우, 엄격한 아버지에게서 표면적인 애정 표현을 받지 못한 채로 성장했기 때문에 그 결락감을 채우기 위해 부성적인것을 동경하게 되며, 파더 컴플렉스가 형성된다고 한다." [출처] 나는 파더콤플렉스 인가? |작성자 헤밍http://blog.naver.com/smaota/100156647858 Father complex in psychology is a complex — a group of unconscious associations, or a strong unconscious impulses — which specifically pertains to the image or archetype of the father. These impulses may be either positive (admiring and seeking out older father figures) or negative (distrusting or fearful). [출처] 위키피디아 Father Complex http://en.wikipedia.org/wiki/Father_complex [본문으로]
  3. 콤플렉스(독일어: komplex) 또는 컴플렉스(영어: complex)는 정신분석학의 개념으로 사람의 마음 속의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진 힘의 존재를 의미한다. 감정 복합, 즉 필링 톤드 콤플렉스(Feeling Toned complex)라고도 불린다. 콤플렉스는 상황을 왜곡하여 보게 하며 그 세기에 따라 많은 상황을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생각,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면 콤플렉스는 삶의 에너지원이 되기도 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콤플렉스 http://ko.wikipedia.org/wiki/%EC%BD%A4%ED%94%8C%EB%A0%89%EC%8A%A4_(%EC%8B%AC%EB%A6%AC%ED%95%99)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