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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움베르토 에코 - 장미의 이름

by Desmios 2015. 1. 29.
장미의 이름 세트 - 전2권 - 6점
움베르토 에코 지음/열린책들


  그 유명한 장미의 이름을 지금까지 읽어보지 못한 것은, 빌려서 보려고 도서관에 갈 때마다 누군가 이미 대출중이었기 때문이다. 움베르토 에코와 장미의 이름에 대해 들어본 것이 대학 수업시간이었으니, 나 말고 다른 애들도 다 책을 읽어보려고 했었나보다. 하는 수 없이 움베르토 에코의 남아 있는 다른 책을 빌려서 봤는데, 바우돌리노는 무척 재미 있게 읽었으나 푸코의 진자는 지루해서 읽다 말았다. 

  장미의 이름에도 지루한 부분이 없지 않은데 (물론 누군가에게는 재미있겠지만) 특히 성경과 성자 성인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논쟁하는 부분은 읽기가 싫어서 수사와 관련된 재미있는 부분이 나올 때까지 책장을 휙휙 넘긴 적이 여러번이다. 결국 구미를 당기는 내용 몇 부분과 책의 줄거리만 얻어냈으나 후회는 없다. 세상에 책은 너무 많고 읽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재미 없는 책은 재빨리 내려놓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알라딘의 책 소개에 의하면 주변 지식이 많을 수록 이 책에서 암시하는 바를 더 많이 알아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런 관련 지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도대체 입아파서 저런 말을 다 언제 하고 앉았나 하는 지루함 뿐이다. 책을 읽는 중에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내가 아직도 싫어하는 작가인 노통브나 베르베르, (걔 이름 뭔지 까먹었는데 또 한국인들이 겁나 좋아하는) 다른 프랑스 작가 아무튼 들은 왜 이렇게 책에서 잘난체를 하는지 나 아는 거 이렇게 많다는 걸 자랑하느라 책을 쓰나 하는 기분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내가 추리 소설을 읽지 않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장미의 이름을 읽으면서 도대체 누가 범인이지? 하면서 모든 등장인물을 의심하는 통에 심신이 피곤해지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별점은 삼점!



<독서메모>


하권, 제4일 p.571, p.572


 "가령 서책에는, 금강석은 숫양의 피에만 녹는다고 쓰여 있다. 내 사부님이신 로저 베이컨께서는 벌써 이 진술이 틀린 진술이라고 하신 바 있다. 실제로 해보셨더니 안 되더라는 게다. 그러나 금강석과 숫양의 피 사이에 실증적인 의미 이상의 고상한 의미가 존재한다면, 금강석이 반드시 숫양의 피에 녹을 필요는 없다. 따라서 금강석은 숫양의 피에만 녹는다는 진술은 진실이라고 일러도 무방한 것이다."

 "신학적 미덕에는 믿음 말고도 두 가지가 더 있다. 하나는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이고 또 하나는 가능하다고 믿는 인간에 대한 자비이다."



  서책에 나오는 일각수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던 아드소는 그런 동물은 없다는 윌리엄의 말에 몹시 실망한다. 위의 메모한 내용은 그럼 뭐하러 그런 동물이 마치 있는 것 마냥 책에 나오는 것이냐는 물음에서 나온 대화 중 일부분이다. 


하권, 제7일 p.87


 "호르헤 영감의 얼굴 말이다. 철학에 대한 증오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에서 나는 처음으로 가짜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았다. 가짜 그리스도는, 그 사자(使者)가 그랬듯이 유대 족속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먼 이방 족속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잘 들어 두어라, 가짜 그리스도는 지나친 믿음에서 나올 수도 있고, 하느님이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사랑에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성자 중에서 이단자가 나오고 선견자 중에서 신들린 무당이 나오듯이……. 아드소, 선지자를 두렵게 여겨라. 그리고 진리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여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 하는 법이다. 호르헤가, 능히 악마의 대리자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저 나름의 진리를 지나치게 사랑한 나머지 허위로 여겨지는 것과 몸 바쳐 싸울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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