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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_진/花無十日紅

극락왕생

by Desmios 2008. 12. 10.
Canon Powershot G9, F3.5, 1/160, ISO 160

  지금까지는 그다지 석가모니와는 관계가 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 유명한 조계사에도 가볼 일이 없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과제 '부처님 오신날'을 찍기 위해 가까운 조계사에 들렀다. 연등이라는 것이 있고 부처님이 오셨으니 축하를 하기 위해 연등을 단다는 것은 버스를 타고 다니며 보아서 알고 있었지만, 죽은 사람을 위한 등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화려하게 채색된 색색의 연등을 지나. 염불 소리가 들리고 아주머니들이 끊임없이 절을 하고 있는 큰 불당을 돌아 뒤로 가면, 색이 없어서 더욱 누렇고 그래서 더욱 상복을 떠올리게 하는 하얀 연등. 누구누구 잘 되게 해주세요. 라는 바람을 담은 채색된 연등과 마찬가지로 그 하얀 등에도 이름을 적은 꼬리들이 달려 있었다. 불교나 죽은 사람에 대한 염원에 대해서는 딱히 신경써서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불쾌감이나 호감도 없이 그저 처음 보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신기함만이 생겼다. 만사 흔하게 느끼던 '비판 의식'도 없이.

  사실, 죽은 사람에 대한 것들을 이렇다 저렇다 쪼개고 나눠서 해체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라고 여겨지지 않은가. 아닌가? 죽은 사람의 Deathmask도 만들고 사후평도 쓰고 평전도 끊임없이 만들어서 그 사람을 잊지 않게 하는 것을 보면 또 그도 아닌 것 같고. 
  한국에서, 적어도 불교신자가 아닌 입장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불교는 종교철학이라기 보다는 생활에 스며 있는 토속종교같은 느낌이라서 불교의 내세관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죽은 사람의 연등을 달아 기리는지, 왜 수능 천배 같은 것들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하늘을 메워 달려 있는 하얀 연등은 왠지 모르게 슬픈 느낌이 들었다.


질투나는 사진 실력을 갖고 있는 선배의 후보정을 따라서 하얗게 바꿔 본 사진.
Canon Powershot G9, F2.8, 1/160, ISO 1600 + 후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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