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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_설

웰빙이라는 폭력

by Desmios 2009. 3. 10.

  언제부터 '웰빙' 열풍이 불기 시작했을까? 도대체 갑자기 왜!
  웰빙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1980년대 중반 유럽에서 시작한 slow food 운동, 1990년대 초의 느리게 살자 주의, 보보스(bobos) 등에서 그 기원을 찾으면서 본격적으로 웰빙이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 부터라고 주장한다. (네이버 백과사전)
  뭐든지 빠르게! 급속도로! (야호!) 했던 모더니즘의 시대가 가고 (아직도 모더니즘 시대 속에서 살고 있는 시대착오적 인간들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나를 비롯해서, 이명박 대통령이라던가) 포스트모던의 시대가 다가오는 차에 마음과 육체 모두 건강한 느린 웰빙이라는 것이 각광 받기 좋은 시대가 되었다. 

 나의 아버지는 모던의 시대를 살아 오셨고, 모더니즘이 섞인 실용주의적인 분이기 때문에 (생각해보면 그런 분이 종교적이라는 것도 참 재미있다) 운동과 같은 웰빙스러운 것도 다분히 실용적인 목적에 의해서 필요로 하다고 주장하신다. 말하자면 평생 같이 살아야 하는 육체를 좋은 상태로 닦아 놓기위해,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운동은 안하고 몸에 나쁜 것만 촉촉 골라 먹으며 몸에 좋은 음식(푸성퀴)는 먹지 않으려고 하는 나를 보면 아직 고생을 안해봐서 그런 것이라고, 충분히 자기가 아프면 절로 운동을 하게 될 거라고 그러신다.

  나는, 운동따위는 질색이고 정말 숨쉬는 것 이외에는 손하나 까딱하는 것도 귀찮아 죽겠는데 2월 부터 헬스장(휘이트니스 크을럽)을 삼개월 끊어서 (그것도 내 돈으로) 지금 두달째 다니고 있다. 어제는 내가 신청했다가 하루 나가고 한번도 안나간 다이어트 댄스반이 폐강 되었기 때문에 요가반을 1시간 들어 봤는데 아오, 전부터 계속-일주일에 한두번정도 운동을 나갔을 때마다- 생각했던 건데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잘사는 게 다 뭐고, 예쁜 몸매가 뭐고, 누구 좋으라고 이 짓을 하는 건지. '이런 내가 나 보기 좋으라고 운동을 하는거야, 난 훌륭한 몸을 가질거야' 라고 생각해봐도 힘든 건 힘든 거라서 영 기운이 나질 않는다. (운동이 재밌다 그러는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재밌는 것일까)
  어쩌다 쭉빵 마른 애들이 이 시대의 미인상이 되어서, 어쩌다 요가같은 게 웰빙 운동이 되어서 고양이 자세 같은 것을 해야 하는 것일까. 내가 초등학교 때는 애들한테 요가나 하라고 농담식으로 욕하고 그럴 정도의 기괴한 수행 이었는데 말이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누구 좋으라고 이런 열풍이 들어가지고는 나를 이렇게 피곤하게 만드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위해서는 절대 아니다. 아 이깟 몸뚱이 적당히 쓰다가 바꿔 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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