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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사람 사는 - 무책임한 여행자

by Desmios 2009. 3. 13.


  여행을 다녀와서 그 곳이 어땠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나는 말 했다. 

  "사람 사는 데가 다 똑같지 뭐"

  그렇게 말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면 뭣하러 여행을 간단 말인가. 사람 사는 것이 똑같다는 것을 확인하러? 다른 곳의 냄새를 맡고 싶어서? 이국적인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요즘 같은 시대에 이국을 맛보고 싶어서 여행을 간다는 것은 웃긴 일이다. 어딜 가나 이국인이 넘쳐 흐르고 몇번의 손가락질로 세계 어느 나라가 어떤 사정인지도 알 수 있다. 심지어 능력만 충분하다면 실시간으로 어느 어나 어느 마을에서 누가 누구랑 싸우고 있는지도 위성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럼 사람들은 왜 여행을 갈까.
  디지털 시대에서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채우러 가는 것일까? 직접 눈으로 봐야만 한다는 감수성? 그런 감수성의 여행에, 세상의 닻인 휴대폰을 끌고가고 엠피쓰리를 들으면서 나와 그 여행 사이를 차단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상 탈출! 이라는 이름을 붙인 여행에 일상의 모든 것을 다 들고 간다. 그 것들을 아직 꼭 껴안고 있는 자신을 외면하면서 나는 자유를 찾아 떠난다니 웃긴 노릇이다. (차라리 죽지) 인간이 달나라에가고 화성에 가도 일상 탈출은 못할 것이다. 그 모든 지겨운 일상을 함께해온 자신을 끌고 가기 때문에 아무렴 어딜 가도 눈 뜨고 일어나서 거울속에서 마주하는 것은 고단한 일상을 살고 있는 자신일 뿐이다. 마시는 물이 바뀐다고 해서 그 물을 마시는 자신은 바뀌지 않으니까.

  말인즉슨, 여기저기 신나게 놀아 놓고는 간접 경험과 탈출감을 원하는 청자들에게 "사람 사는 데가 다 그렇지 뭐"라고 말하는 것은 아릿한 실망감에 심하면 배신감을 안겨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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