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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2009 천안 북일 축제 화기애애

by Desmios 2009. 4. 14.

2009년 북일축제가 '화기애애(和氣靄愛-꽃화 기운기 아지랑이애 사랑애:꽃의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모두에게 사랑과 나눔의 마음이 피어오른다.)'란 주제로 4.11.(토) 열린마당과 화려한 전야제, 4.12.(일) 나눔마당과 대동한마당을 끝으로 진행됩니다. 
 - 북일고 공문

Pentax K20D, F5.6, 1/180, ISO 400, 26mm

  천안 북일고등학교 축제(북일축제)에 다녀왔습니다. 매년 주제를 정해서 타이틀을 걸고 하는 축제인데 올해 주제는 '화기애애'였군요. 남고로 올라가는 길에 매년 학생들이 그린 작품을 걸어 놨는데 올해는 '화기애애'를 주제로 걸개그림을 걸어놨더라고요. 도대체 왠 불? 하고 가만 생각해 보고 있었는데 화기애애 였습니다.
  같이 간 친구들과 고등학생으로서의 인간적 고뇌와 축제에의 고독을 표현한 현대적이고도 동시에 전통적 감수성이 풍부한 작품, 절제된 선으로 표현한 인체들이 살아서 펄떡펄떡 춤을 추는 것 같음, 최소한의 컬러로 액센트를 준 불길로 보는 이의 마음까지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버리는 시대의 역작 이라며 가감 없이 베스트를 주었습니다.
 (어째선지 다른 걸개그림들에 여체가 많이 그려져 있는 건 성기발랄한 남자 고등학생들의 작품이기 때문이었을까)

  졸업한 이후로 매년 축제만 되면 촐랑촐랑 축제에 찾아 가는데, 1년에 한 번씩이라도 담임 선생님을 좀 뵜으면 좋겠고 (양양!39씌!) 대학 축제를 구경하고, 실제로 경험도 해보니 아무래도 북일축제 만한게 없는 고로, 놀러와서 원기 충전도 하고 봄맞이 꽃놀이도 할 겸 매년 오게 됩니다.

  항상 투덜 거렸던 것이지만 정말, 대학 축제라고 해봤자 꽃도 적고 알맹이도 없고, 술마시고 토한 쓰레기와 여기저기 누워서 자는 사람들만 가득하고, 이번에는 어떤 가수가 오는가~ 하는 관심 밖에 없죠. 일전의 '대동제'의 의미는 없고 그저 가수가술술술 타령 뿐이었습니다. 학생이 주가 된다는 느낌이 없어요. 학생답다는 마음도 안들고 그저 놀라리들 잔치판이라는 느낌 뿐입니다.
북일에서 3년간 좋은 축제를 보고 자란 저에게는 아무래도 대학 축제가 재미 없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라도 매년 다시 이 곳에 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 친구와, 친구의친구(이면서 동시에 내 친구이긴 한데)까지 끌고 내려가서 신나게 보여주고 "내 학교 참 멋지지" 소리를 토씨 다르게 쉰 번도 넘게 한 것 같습니다. 너무 어깨를 으쓱 거려서 어깨가 결릴 지경이군요. 

  저번 축제에 비교해 더 구실을 갖추어 가는 것도 눈에 보이고 노하우가 생긴 선생님과 학생회들이 원활하게 축제를 이끌어 가는 것을 보면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지난 번에는 전야제 무대가 준비된 운동장에 들어가는 표를 무언가 '팔았'던 것 같은데 올해는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이번에는 의자도 잔뜩 깔아 놓고 북일여고, 북일남고 학생들을(그래도 남녀칠세부동석으로 따로 앉혔다) 우선해서 앞 쪽에 앉혀주니 제가 앞자리에 앉지 못했기는 했지만 그 것도 괜찮았습니다. 아무리 북일 축제가 천안 축제라는 둥 해도 재학생 우선이 되는 게 당연해야죠! 히히



Pentax K20D, F4.5, 1/1000, ISO 400, 18mm

  올해는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축제 날짜도 아주 딱 '벚꽃 휘날릴 때'였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웠던 것 같습니다. 꽃눈이 함박눈 처럼 펑펑 내리면서 머리 위에 앉고 가방 위에 앉고 하니까 같이 간 여자들은 또 신나서는 꺄르륵꺄르륵 돌아다녔습니다. 각각의 동아리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도 참 보기 좋았고요. 

Pentax K20D, F5.6, 1/3000, ISO 400, 23mm
북일고 길 쪽 현암 동상 앞 (야구장길)

  그건 그렇고 벚꽃사진 찍기는 참 어렵군요. 꽃이 보면 예쁘니까 찍으면 다 예쁘게 나올 것 같지만 꽃잎이 작다보니 뭉치면 덩어리로 보이기도 하고, 삐죽 솟은 가지들이 보기 흉할 때도 있고
"와! 꽃잎 흩날린다!" 하고 신이나서 찍어 보면 먼지 날리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고, 사람 사진을 잘못 찍었다가는 꽃잎이 코에 들어가게 찍혀서 웃겨지기도 하고 난리도 아닙니다. 
벚은 역시 동영상인가!

  북일고 체육관 뒤에서 사진을 찍으면 체육관 벽 배경이 하얗게 정리 되서 나오기 때문에 꽤 괜찮게 나왔던 기억이 있어서 또 다시 그 곳으로 사진을 찍으러 갔습니다. 떨어진 꽃잎을 긁어 모아서 손에 쥐고 위로 날려서 뱅글뱅글 도는 사진을 고속연사로 찍었는데 너무 고속 연사여서 편집하기가 곤란하군요! 
역시 동영상인가!

Pentax K20D, F3.5, 1/500, ISO 400, 18mm
북일고 본관 건물 뒤쪽

  천안에 조금 늦게 도착하긴 했지만 착실하게 다 돌아보고, 아이들에게 물어물어서 겨우, 추억의 김피탕 번호를 알아내서 먹었습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김피탕!(김치피자탕수육) 천안의 마시내 탕수육에서 파는 메뉴인데, 저는 천안에서 밖에 못 먹어 봤습니다. 처음에는 뭐 이런 음식이 다있어!라고 생각했지만 한 번 먹어보면 또 생각 나고 또 생각나는 그 맛! 탕수육위에 탕수육 소스와 피자 토핑, 김치까지 곁들인 음식이랍니다. 친구가 '삼국의 음식이 하나로!' 라면서 맛있게 먹었어요. 왠지 처음 보면 누가 파전 만들어 놓은 것 처럼 생겼지만 먹고 나면 또 생각 나게 된답니다.
(혹시 나중에 또 가서 먹고 싶을지 모르니까 전화번호를 남겨놔야지 522-2883)

  무대 사진은 너무 멀어서 찍은 것들이 전-부, 사람들 머리가 잔뜩 올라와 있어서 올릴 만한 것이 안되고
  북일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 사진은, '벚꽃 사진'을 못찍겠다고 궁시렁 거린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못찍었기 때문에 도저히 올릴만한 비주얼이 안됨, 말하자면 "조낸! 불났다! 전쟁이다!" 이런 분위기에요. 불꽃 잘 좀 찍어 보겠다고 깜쭉 거리고 삼각대도 가져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도움도 전혀 안되고 말이죠. 


마지막으로 머나먼 천안까지 함께 해준 친구와 친구친구겸 친구의 커플샷
예쁜 사랑하세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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