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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가네시로 가즈키 - 레벌루션 No.3 060402

by Desmios 2009. 3. 14.
레벌루션 NO.3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KANESHIRO KAZUK (북폴리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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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붙이는 추신 :
내가 처음에 학교 도서관에서 접한 책은 왼쪽과 같은 표지 였는데 인기를 좀 타고, 어느샌가 하드커버에 손바닥 만한 책이 유행하게 되자 위와 같은 일본판 표지의 하드커버로 바뀌었다. )




난, 도무지 작가도 내용도 문체도 구별하기 힘든 '요즘 일본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싫어하는 편이다. 그 나른한 문체도 싫고 그 짜증나는 스토리도 싫고 귀신 냄새나는 전개도 싫다. 작가의 본명인지 필명인지도 다 그지 같아서는 문체가 비슷해 어떤 책이 누구 작품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번역체라 어쩔 수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대체 그걸 번역한 건 누구들이길래 다 똑같은 냄새를 풍기게 만들어 놓은 걸까?) 토나온다.
 (친구가 말하길, 그 일본소설들을 번역한 사람들 보면 대부분 다 번역가 '김난주'씨인데 그 특유의 번역체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본책은 각각의 작가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김난주씨의 번역투를 좋아하는 것이라는 말도 했었다.)

 

아, 중간에 새버렸군.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는 :: 다 똑같은 일본 책은, 이건 아니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책은 꽤 마음에 들었다. 나른하지도 않고 쓸때없이 감상적인 문투로 노을 따위를 묘사해대지도 않는다. 우울한 얘기를 하면서도 발작적으로 튀어나오는 유머도 좋은데다가 딱 날 위해 준비한 듯한 "사전을 찾아봐야 할 문구와 단어들"도 좋다.

 

너무나도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들어 결국에는 여행을 가게 만들었던, 그런 느낌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춤추는 거야."

 

라는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당장 일어나 버스를 타고 바다에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게는 '더 좀비즈'라는 동료들도 히로시, 순신과 같은 친구들도, 아가와 같은 조언자도 없다. 돈도 없고 몸도 없다. 이렇게 기본적인 밑바탕도 되지 않는데다가. 가장 나쁜 것은 용기도 배짱도 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저 소심하고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가을 타는 여고생일 뿐이다.
난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숨이 막힌다. 난 아무 것도 아니야. 그저 평범하게 태어나서 살다 죽는 인간일 뿐이야. 모두 싫다.

 

딱히 지은이가 재일"동포"라서 더 반가워 하며 이 책을 읽었던 것은 아니다. 정말 나쁜말로 반쪽이는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한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사람들은, "우리들"과 다른 걸 참아내질 못하니까. 요즘 인기몰이 중인(듯한) 다니엘 헤니처럼 잘생기기라도 하지 않으면 어딜 가서 사랑받긴 참 힘들다. 꼭 그런 사회적 편견에 대한 반감이라서가 아니라,
나는 지은이의 이름이 '카즈키'라서 좋았다. 그렇다! 나는 현재 뼛속까지 아이실드21에 쩔어있다. 그래서 일까? 읽는 내내 주인공의 모습이 '쓰레기'라는 말을 듣는 것을, 그리고 남이 자신의 친구들을 그렇게 부르는 것까지도 싫어하는 쥬몬지와 겹쳐 보였다.


머리 속의 공상이 아득하다.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가 된 앞머리의 꿈을 꾸고 난 뒤의 아침처럼 허무하고 허탈한 웃음이 샌다.

 

난, 겁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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