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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카트야 두벡 - 죽음에 관한 잡학사전 070211

by Desmios 2009. 3. 21.
죽음에 관한 잡학사전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카드야 두벡 (을유문화사,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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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나는 도서관의 사회.문화 구획에만 가면 정신을 못차리고 이 책 저 책 뽑아 드는데 선수다. 아버지 학교 도서관에 따라가서, 실은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찾으려고 했던 것인데 그 한 권 찾으려다가 눈에 들어오는 책을 마구 뽑아내고 더 이상은 안돼! 하느라 혼났다. 여성, 강제(혹은 압박) 그리고 죽음은 언제나 나의 눈에 쏙 들어와 박히는 나의 관심사다. 하지만 사람들은 특히나 죽음에 대한 나의 관심을 대부분 싫어 한다. 왜 그럴까?
 
 사람들은 죽음을 참 싫어 한다. 나를 포함해 다들 죽어보지 않았으면서 왜 죽는 것을 싫어 할까? 죽음에 이르는 과정 자체를 두려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 이후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무지한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죽음을 싫어 하기도 한다. 이 세상에 가지고 있던 것들을 가지고 갈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죽은 다음 일어날 일들 (상속이니 장례니)하는 것들 때문에. 갖가지 이유로 죽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두려움 그 자체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 처럼 죽음은 삶의 일부가 아닌가?
 
 알지 못해서 두렵다는 이유로 삶이 죽음에 바톤을 터치 하는 것을 애써 모른척 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사쿠라 같이 지는 사무라이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몇몇 일본놈들 처럼 죽음을 극미예찬 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나는 삶에 관심을 두 듯 공평하게 죽음에도 관심을 두는 것 뿐이다. (정말 공평하다니까! 치우치지 않았다고.)
 
 삶과 공평하게 대우하는 죽음은 그 속성이 역시 공평하다. 틈만 날 때 마다, 이 놈의 지겨운 세상 역겨워서 좀 죽어 버렸으면 좋겠네, 소리를 입에 달고 다니는 나에게도 이상적인 죽음의 모습이 있지만 (뇌일혈 같이 '윽' 하고 가는 종류로) 어떤 길로 가든지 간에 결국 마지막은 똑같다. 꼴깍 하고 넘어 가는 것. 삶은 불공평할 때가 많이 있지만 죽음은 불공평하지 않다. 누구나 죽는다. 태어나고 죽는다. 어떻게 죽느냐 하는 것은 삶의 문제지 죽음의 문제가 아니다. 죽은 후 시체가 어떻게 되느냐도 삶의 문제지 죽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죽음은 공평하다.
 
 여기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 말고 죽음을 다룬 이 책 이야기를 하자면 솔직히 말해 돈 주고 사기를 아깝다고 해야 할까? 가볍게 읽기는 내용이 좀 깊게 들어가고 잔인 할 때가 있고 그렇다고 인용하면서 좀 깊게 들어가자니 전문적이지 않고 술렁술렁 사례만 들며 넘어 갈 때가 많이 있다. 말그래도 상식으로 알아 두면 괜찮을 듯한 '잡학 사전' 정도 일 뿐이다.
 사람들이 죽는 얘기를 좀 싫어 해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잡담 할 때 농담으로 신기한 죽음에 대해서 얘기 하는 정도로 사용할 만 한 것 같다. 나는 며칠 째 자기 방귀에 질식해서 죽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농담으로 하고 있는데 별로 반응이 좋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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