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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장 코르미에 - 체 게바라 평전 060402

by Desmios 2009. 3. 24.
체 게바라 평전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장 코르미에 (실천문학사,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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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 게바라에 대한 재밌는 경험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가 2학년 때, 학교에서 논술반에 들어 갔는데 (실상 전혀 입시에 도움은 안됬지만) 그 곳에서는 가끔씩 여러가지 상식들을 팀을 짜서 퀴즈로 풀고는 했다. 쿠바의 유명한 혁명가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상의를 했다. 나는 누군지 대충을 알것 같았는데 정확하게 이름을 기억하질 못했고 대강 별이 그려져 있는 베레모와 수염투성이 얼굴을 아리까리한 그 혁명가의 이름과 함께 그려서 제출했다. 하지만 틀렸다. 체 게르바 가 아니고 체 게바라였기 때문이다.

  체 게바라에 대한 많은 책이 있는데 하필 이 책을 읽은 것은 시덥잖은 이유다. 근래 그 퀴즈를 틀려서 기분이 나빴고, 마침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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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인지 찬양집인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독서를 계속하는 것은 혁명과 평등에 대한 그의 열망에 동화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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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 게바라 평전은 적장한 크기에 적당한 굵기에 적당한 장정이었다.

 

내용이 잘 기억 안나는 걸 보면 인상 깊지는 않았나 보다. 그저 생각 나는 것은 체게바라 평전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무시무시할 정도로 체게바라를 찬양해 놓아서 몹시 짜증 났었다는 것 뿐이다.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품자'

 

라는 체게바라의 말이라던가, 그의 모자쓴 모습, 눈을 뜨고 죽었다는 모습. 뭐든지 간에. 의사였고 테러리스트였고 혁명가였던 그가 사후에 굉장한 상품가치로 상품화 되었다는 것은 사실 웃기는 일이다.

 나는 그에 대한 책을 읽은 그 여름 이후, 체 게바라 티를 입고 다니는 골비어 보이는 남자새끼들을 볼 때마다 그 모습이 웃기다 못해 분노가 끌어 올랐었다. (다행히 유행이 지났다)

 

 사실 그의 행동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의 행동보다는 오히려 그를 평한 사람의 너무나 찬양하는 말투가 싫어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 한 가지 만은 분명하다. 그는 이긴 자들의 역사에 들어갔고 그래서 오래도록 이름이 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쿠바 혁명이 실패했다면 그는 잊혀졌을 것이다. 아름답게도, 성공 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은 남았다.



 copyright와 copyleft를 설명하는 학교 신문 사설에 체 게바라의 사진이 유명해 진 것은 사진을 찍은 작가가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 저작권을 주장하진 않았지만 어디서 상업적인 이용을 했을 때는 고소 했었다고, 체 게바라의 가족들이 체 게바라의 사진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도 있다. 그 덕분에 한창 유행이던, 티셔츠나 담배갑 따위에서 체 게바라의 유명한 사진이 나오는 일은 줄어 들었다. 그 것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었고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도 모를 것 같은 수 많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그 얼굴을 가슴에 붙이고 남자다운척 하며 돌아다니는 것이 난 참 싫었었다. 


  체 게바라의 이상이 돈 벌이가 되는 것은 차마 보기 민망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