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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권정생 -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 080525

by Desmios 2009. 4. 9.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창비 아동문고 4)
카테고리 아동
지은이 권정생 (창작과비평사, 197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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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 라기에 지은이 이름이 '똘배'이고 똘배가 달나라에 가는 모험이라고 생각 했다. 동화책이라고 하기에, 어린이들이 읽는 5분이면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을 상상했는데 그 것보다는 더 두껍고 글씨는 조금 큰 초등학교 저학년용 동화였다.


 이야기의 시작은 무명 저고리에 밴 일곱아이 (일곱명 맞나 이름이 다 비슷비슷한게 자꾸 헷갈렸다.
막돌이, 차돌이, 어쩌고 분이 어쩌고 분이 사람 많이 나오면 안그래도 힘든데 이름까지 비슷하니)
의 냄새로 시작한다. 그리고 시대의 풍파 속에서 각기 다른 삶, 그러나 모두 힘든 삶을 살아 가는 일곱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마음이 언짢았다. 내가 생각했던 동화책과는 달리 글씨가 좀 많고 그림이 적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읽는 동화였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아픈 우리의 역사를 이렇게나 슬프게 이야기 해줘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양공주가 뭐야?'라고 물었을 때 그걸 어떻게 '응, 서양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갈보를 비꼬아 이르는 말이란다' 라고 말 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시대의 아픔, 그 시대의 서러움, 어떻게든 이 더러운 나라를 벗어나고 싶었던 그 모든 역사를 어떻게 말해줘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 것이 추하고 어둡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무조건 보여주지 않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아픔도 기쁨도 모두 받아들이고 과거를 자양분 삼아 현재를 가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창피한 과거사라고 하더라도 딱히 미화할 필요도, 더 추악하게 똥칠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또 잘 모르겠다.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주는 대로 흡수해 버리고, 자신의 주관적인 해석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들여 버리는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다 보여주어도 되는 것일까? 그것이 인간의 당연한 생식활동이라고 해서 아이들에게 포르노를 보여주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어쩌면 그 것을 보여주지 않는 이유는 단지 그 모습이 아이들 보기에 어른들이 부끄럽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얼마전에 논란이 되었던, 뉴라이트 새 역사교과서 쓰기 운동이 생각난다. 자학적인 역사관을 가르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화되어 포장된 역사관 역시 바르지 않은 것은 아닐까?


 교육이 국민의 '권리'가 아니고 '의무'인 이 나라에서는 지배층(그 것이 정치인이든 재벌들이든지 간에)이 피지배층에 대한 지배 관계의 유착을 위해, 그들이 원하는 올바른 인간상을 위한 교육을 의무화 시킬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떨치기가 힘들다.


 모모타로 영웅이 한국이라는 이름이 써있지 않다 뿐일 있는 '이웃나라'에 쳐들어가서 도깨비들을 죽이고 보물을 찾아온다는 내용을 듣고 자란 일본의 아이들과,

 어디선가 온 나쁜 사람들이 절에 있는 금불상을 훔쳐가려고 하고, 나쁜 사람들의 후손들이 돌사자를 한국인들로 부터 말도 안되는 헐값에 사들이며 "한국 사람들은 바보"라는 식으로 얘기하다가 인벌도 아닌 '천벌'을 받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한국의 아이들이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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