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는즐거움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by Desmios 2009. 4. 7.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감독 김기덕 (2003 / 한국)
출연 오영수, 김기덕, 김영민, 서재경
상세보기

  역시 교양 수업을 들으면 교양이 챡챡 쌓인다. 생각해 보면 '교양 수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 이름인가. 대학이 전문 지식이 아니라 교양 지식만 잠깐 쌓고 사회로 나가는 수준으로 떨어져서 약간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교양을 위한 수업이 아니라 여하튼 꼭 알아야만 하는, 아니 알아야만 한다는, 필수 지식을 머리속에 우겨 넣던 고등학생들이 교양 수업을 얼마나 신나할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각설하고, 미스트를 보게 한 그 친구의 이번 텍스트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저번 학기까지는 '색계'를 봤다는데 학생들의 반발이 심해서 이번 학기 부터는 좀 덜 야한 '...그리고 봄'을 보게 되었다니 20대니 대학생이니 해도 애들은 아직 애들이고 탕웨이 겨털이 너무 부끄러웠나보다. (웃음)

  내가 '그리고 봄(너무 기니까 이정도로만 하자)'을 처음 접한 것은 '동양적 신비주의 세계관에 익숙한 헐리웃'이라는 명제를 증명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에서 였다. 말인즉슨 '신비함으로 포장된 비합리적 세계'라는 것인데 나는 그 때까진 이 영화가 무슨 영화인지 몰랐고 김기덕 감독의 작품인지도 몰랐으니 그렇게 된 것이겠지만, 이렇게나 엄한 예를 들었는데도 아무도 그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니 세상 참 많이 너그럽다. 

  확실히 그리고 봄에는 이성적.합리적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공간구성과, 논리들이 있기는 있었고 고양이로 글씨를 쓰는 장면에 와서는 고양이가 너무 귀엽기까지 했지만,
  그건 나와 '다른 논리'로 살아 가는 삶인 것이지 '내가 이해 할 수 없으니까 여하튼 몽상가고 신비주의'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그런가 보다' 정도로 거리를 두어 버린 것이다. 애초에 나는 물위에 둥실둥실 떠있는 절과 손으로 촛불을 끄는 스님을 봤을 때부터 이건 현실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해 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주온인가 링인가에 나오는 귀신 저리가라, 역시 발딱발딱 중생은 못말린다

  하지만 개구리도 너무 싫었고, 소년 중이 소녀와 노닥거리는 부분이 너무 부끄러워서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 마치 소나기 주인공인 것 마냥 물에 풍덩 들어가고 곤충으로 놀리고 하는 모습이 너어어어어어어무 부끄러웠다. 나는 사실 연애 소설이나 연애 물이나 아이 좋아 사랑해 하는 그런 것들을 부끄러워 하고 못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리고 봄에서 소년 중이 그냥 여자가 신기해서 발딱발딱 거리는 것이 심하게 부끄러웠다.
 소년중은 머리도 없고 옷도 그지 같고 말투도 '저기여, 거기 앉으시면 안되거든요' '이 나무는 삼백년을 살았습니다' '쟐못했습니다 스님' 이러다가 변성기의 하리하리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부끄러웠거니와, 소녀의 파마기도 없는 쌔까만 단발머리에 화장 안한 하얀 얼굴이라니 아무리 단아하고 싶고 깨끗해 보이고 싶어도 그런 깨끗함은 화이트(생리대) 광고로 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거부감이 뿡뿡!
(심지어는 신발도 하얀 색이고, 살짝 보니까 겨털도 없고, 처음 왔을 때 보면 하얀 목긴 양말을 신고 있다. 무슨 모에포인트[각주:1]냐!)



 물론 이 영화에서 하고 싶은 말은 '세상 일 때문에 생긴 멍청 병(마음의 병)은 깊은 산 속 계곡에서의 뿅뿅이 특효약' 이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그 전형적인, 도무지 참아 줄 수 없는 새하얀 원피스 때문에 절대 테크닉 없어 보이는 소년 중의 엉덩이 흔들기를 귀엽게 봐줄 수가 없었다.

  차라리 동자승이 생물을 괴롭히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몰래 돌을 주워서 밤중에 몰래 등에 매달아 놓은 노인승이 더 귀여웠다.
  1. 모에포인트 : 좋아하는 대상(사람,사물)에대해서 자신이 집착하고 좋아하는 점(포인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안경" 쓴 사람이 좋다거나, "교복"을 입고 있다, 브이넥 위로 "목젖"이 보인다, "여우눈", "노력파" 따위의 것들. '모에'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는 것 처럼 일본의 오타쿠문화 특히 망가로 부터 기인했다. (비슷한 표현-버닝, 페티쉬) http://ko.wikipedia.org/wiki/모에 [본문으로]

'읽는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정생 -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 080525  (0) 2009.04.09
폴 오스터 - 폐허의 도시  (0) 2009.04.06
김원일 - 마당깊은 집  (0) 2009.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