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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길상사

by Desmios 2009. 4. 20.
길상사(구대원각)
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동 323
설명 성북동 옛 '대원각'자리에 세워진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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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웹2.0과 블로그' 수업에 참여한 다른 사람의 과제 블로그에서 '시와-길상사에서'를 들은 이후부터, 나의 싸이 배경음악은 아직까지도 '길상사에서'다. 노래 속의 그 풍경 소리를 듣고 있자면 마음이 차분해 진다. "행복이 아니라도, 괜찮아" 
  저작권 문제가 한창이기 때문에 음악 파일을 올릴 수는 없지만 블로그에 가사는 올려 놓았다. (->관련 포스트와 가사 링) 내가 불러서 올리면 되겠거니 싶었는데 기타 따는 것이 쉽지가 않다. 악보도 없고! 제기! 

  여하튼, 그 노래를 들은 이후로 계속 벼르고 있다가 드디어 길상사에 가게 되었다. 예의 그 무브볼과 언덕길 문제를 해결 한 후, 혜화에서 밥을 먹고 길상사로 출발! 


가는길이 존내 복잡하다는 것만 빼면 정말 좋은 곳이다! 하지만 몇 번 '학의바다길'입네 '꿩의바다길'입네 하는 그 빌어먹게복잡한 외교관저길을 좀 다녀보아서 괜찮았다. 

  저번에 사진학 실습 과제 '부처님 오신날'을 길상사로 찍었어도 좋았을 뻔 했다. 엄하게 사람 많은 조계사와 이름 모르는 절에 가서 괜찮은 것도 못 찍었는데 말이다. 길상사는 그 법정스님이 계신 절이다. 연혁을 인터넷에서 살펴보면, '대원각'이라는 옛날 요정[각주:1] 자리에 세워진 절이라고 한다. 그 요정의 주인이었던 故김영하씨가 법정스님에게 대원각을 시주해서 지금의 길상사가 되었다고 한다.

 아주 작지도, 그렇다고 몹시 크지도 않은 조용한 절이었다. 나는 절에 자주 가 본 것도 아니고 사실 마음 먹고 '절'에 찾아 간 것은 작년 조계사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호기심과 '절'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길상사 문을 지났다. 누가 거기서 참선을 하든지 말든지, 우리 꽃이 화단에서 피고 있든지 없든지 별로 상관하지 않는 것 처럼 보였던 방문객들만 제외하면 참 조용하고 좋았다. 그 곳은 정말 바람이 부는 곳이었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달아 놓은 연등들이 흔들리면서 사락사락 바람부는 소리가 들렸다. 


  이 곳이 여전히 요정이었다면 나는 먼 발치에서 누군가들이 풍악을 울리는 소리만 겨우 들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으로, 길상사가 되었고 나 같은 가난뱅이도 편하게 그 문지방을 넘을 수 있게 되었다.
  딸랑딸랑 풍경소리가 들리고, 스님이 책을 끼고 절을 가로질러 가고, 새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하고, 나무와 풀이 많이 있는 고요한 참선공간. 전형적일만큼 환상적인 한국의 '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상사에는 '우리꽃'들이 많이 있고 친절하게 이름까지 붙어 있어서 알기 쉬워 좋다. 이 꽃은 모르는 꽃인데? 아, 이런 이름이구나. 이런 꽃이 있구나. 부처님이 오실 즈음이 되면 꽃도 풀도 예쁜 색깔로 파릇파릇 새로 피어 참 신난다. 예수님은 어째 겨울에 오셔서 괜히 엄한 새벽송 돌면서 춥게 되는가 (농담임 농담임 ㅋㅋ 농담임;; ㅋㅋ)


  이건 이름표가 붙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아는 꽃! 민들레! 약으로도 쓰고, 불며 놀기도 하고, 국어책에도 나오고, 민중가요 가사에도 나오는 그 유명한 민들레다. 
  (여담으로, 집 앞 개울에 민들레가 많이 피었길래, 이따 와서 찍어야지 하고 서너시간 후에 다시 왔더니 누가 다 뽑아갔다. 아으으)


  가까이서 확인을 해보진 않았지만, 어제 아버지에게 배운 바에 의하면
  벚처럼 생겼는데 벚보다 좀 더 하얀 것이 아마도 배꽃, 벚보다 좀 더 붉은 것은 아마도 복숭아 꽃이다. 하지만 어제 본 복숭아 꽃은 더 붉었으니까 둘다 벚일까? 나무에 나고 벚과 비슷하게 생긴 나무들이 많이 있다. 매화도 그렇고, 복숭아, 배꽃, 사과꽃!  나중에 먹는 꽃들이네! 


  그런데 길상사까지 가놓고 절 사진 보다는 꽃사진이니 풀사진이니 하는 것을 더 많이 찍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백원과 오십원을 많이 안고 계시는 불상사진. 무슨 보살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무슨 부처님이 백원과 오십원을 좋아한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지만 사람들이 잔뜩 안겨주었다. 어허, 뭐 이런걸 다!
  1. 요정 (料亭)【명사】 요릿집.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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