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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영화] 시리아나 ; 우리는 죽을 때 까지 실재(實在)를 알지 못한다 080421

by Desmios 2009. 6. 3.
시리아나
감독 스티븐 개건 (2005 / 미국)
출연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아만다 피트, 제프리 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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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죽을 때 까지 실재(實在)를 알지 못한다고 라캉이 말했다.


  우리는 나시르 왕자의 실재를 알 수 없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나시르 왕자의 모습은 절대로 온전한 그의 모습이 아니다. 타자의 욕망이 투사된, 혹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 투사되어 실재가 왜곡된 모습일 것이다.

 "최고가를 부른 중국 기업의 손을 들자 그들은 순식간에 나를 빨갱이로 몰았소."

  나시르 왕자에게 욕망을 투사했던 미국 정부와 미국 기업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 왕자를 'bad guy'로 불렀다. 자신의 나라가 부유해 지길 바라는 소박한 욕망을 위해, 그들-선진국-이 가르친 논리를 따르자마자 그는 ‘나쁜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 곳에 나시르 왕자 본인은 없고 그들이 욕망을 들어 주지 않는 '어떤 중동지역의 나쁜 왕자'가 있을 뿐이었다. 이해관계의 흐름에 따라서 한 개인이 이렇게 되었다가 저렇게 되었다가 하는 모습이 여실히 보여 졌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실재 역시 알 수 없다. 큐티혀니도, 쁘띠거니도 과연 그들이 실제로 어떤 모습이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집권시기에는 심심풀이 안주거리가 되어 두 토막 세 토막 분해 당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했다. 그러자 마자 서민적이다, 간지난다는 캡션이 이어진 사진 몇 장들에 의해 금방내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손바닥 뒤집기 같은 여론에 재미있다 못해 두려워진다. 악의 축이며 세계에서 나쁜 지도자를 꼽았을 때 열손가락 안에 드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악당 역할도 실질, 그가 나빠서 주어진 이름은 아니다. 그 역시 여러 이해를 투사 받고 상징되는 '이름'일 뿐이다. '우리가 하는 대로만 따라하면 너희 나라도 우리처럼 성공할 수 있어!'라고 하는 선진국들의 방식을 아무리 따라가도 돌아오는 것은 천하의 나쁜 자식이라는 이름표와 CIA의 미사일뿐이다. 나시르 왕자를 생전 보지도 못한 다른 나라 사람들은 세계강국이 붙여준 그의 이름표를 보고 그를 알게 된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에는 실재란 없다. 우리가 다 이해 할 수 없는 이해관계에 따라 설정된 무언가의 '이름'만 있다.


 난 아직도 그의 이름을 모른다. 회사의 주인이 바뀌어 여러분은 해고라는 확성기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그 파키스탄인의 이름은 무엇일까. 미사일이 배에 부딪히던 그 순간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다시는 집에 돌아 오지 않을 그의 어머니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만약 그의 테러 소식이 한국에 전해지면 나는 그의 음울한 그늘이 드리워진 사진을 뉴스에서 보면서 또 누가 목숨을 팔아 내세를 사기로 했나보다 하고 그의 '(과한)믿음'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낭만적으로 말해서-그가 어떤 성격의 사람을 좋아했고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는 뉴스에 나오지도 않고, 따라서 뉴스를 통해 그를 알게 된 사람들은 그러한 그의 모습은 평생 알 수 없게 된다. 신문과 뉴스는 무미건조하다 못해 사람의 인생을 의미 없게 만들어 버린다. 세상 모든 압축 프로그램 보다 더 확실한 압축 : 누군가, 살다, 죽었습니다. 그 곳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나와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처럼, 냄새가 없다. 이해가 없는 나라의 내전에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죽어도 이명박 정부에서 군대를 보내지 않는다. 석유니 미국의 눈총이니 하는 이해가 엮인 나라에는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비군을 보낸다. 국익을 위해서인지가 의심스러운 파병 속에 나라를 잃고 일자리가 없어서 방황하다 신을 믿게 된 어떤 청년은 없다. 그의 이야기, 그가 원했던 독립과 광복은 없다.  


  나시르 왕자는 정작 어떠한 사람이었을까, 해고당한 파키스탄인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런 저런 사람, 집단들의 이해를 모두 투사 받은 그는 결국 생을 이탈해버렸다. 중동지역의 미국 이권 확보를 원하는 미국정부의 이해, 경제적 이익을 위해 회사를 합병하는 기업의 이해, 아들의 죽음으로 회사에 이익을 얻게 된 경제고문의 이해, 테러로 주목을 받아 목소리를 높여 보려는 종교단체의 이해. 자신의 이해를 남들에게 투사하지 못하고 한 몸에 받아 버린 그들은 결국 현대과학의 살상무기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모든 사진의 출처는 네이버 영화 검색 : 시리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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