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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이지적 성

[책+영화] 학지사 이상심리학 - 성도착증 + 님포매니악

by Desmios 2015. 3. 30.

본래의 책 제목은 학지사 이상심리학 시리즈 '성도착증과 성정체감 장애' 이다. 그 중 최근에 본 영화 님포매니악과 관련해 성도착증 부분만 씀.


성도착증과 성정체감 장애 - 6점
신희천 지음/학지사


  요즘 학지사의 이상심리학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고 있지만, 아무래도 각 부분에 따라 전문가인 저자가 각기 다르다 보니 이상심리징후를 소개하는 태도에서도 차이가 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잘 될거라고 다독여주는 책이 있는 반면 환자(라는 표현도 가치판단적이라 불쾌하지만)에 대한 공감 없이 학술적으로 어려운 말을 남발하며 치료대상으로만 보는 책도 있다. 후자의 경우 상당히 불쾌한 마음이 든다. 


성도착증과 다른 장애의 구분

p29-30

  성도착증이 없는 사람은 성적인 흥분을 위해 성적인 공상이나 행동 또는 대상을 병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성도착증이 있는 사람과 구별된다. 공상, 행위, 대상이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장해(예: 강제적, 성기능 부전 초래, 동의하지 않은 상대의 참여 요구, 법적 문제 야기, 사회관계 혼란 등)를 일으키는 경우에만 성도착증으로 진단 내려진다. 


  게다가 문장도 좀 마음에 안든다. 길고, 한글로 써있는 한국인 저자의 책인데도 어쩐지 번역체같다. 


  성도착증, 성정체감 장애가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자신과 타인에게 괴로움을 줄 경우 성도착증이라고 진단한다고 해놓았지만 글쎄...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어느정도의 정신질환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걸 장애라거나 질환, 병, 치료해야 할 무언가로 보는 관점은 사람들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해서 비정상을 타계해야할 나쁜 상태로 보는 것 같아서 그다지 공감가질 않는다. 



  이러니저러니 가치판단은 미루고, 본격적으로 님포매니악과의 비교를 통해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1 색정증Erotomania의 원인




성도착증의 원인

p31-32, p117


(1)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거세 불안

  인격발달 과정 중 구순기나 항문기 수준에서 고착된 것으로 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아버지에 의한 거세에 대한 공포)와 관련시키는 역동적 설명이 있다. 


(2) 분리 불안

 어머니로부터의 분리 독립의 확인


(3) 사회적 이론: 경험

  어릴 때 받은 성적 폭행, 어렸을 때 성도착 환자에게 당했던 경험, 대중매체의 영향


(4) 학습 이론

  학습 이론은 어릴 때 도착행동에 대한 환상이성장과정 중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억제되지 못하고 계속 발전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5) 생물학적 요인

대뇌장애(뇌파 등 신경학적 연성 징후, 경련 등), 호르몬 장애, 염색체 장애 등과 관련 된다는 주장도 있다.


(6) 그 외

자기 응집력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 다른 정신장애와 정신지체가 성도착 행동에 관련되기도 한다. 



  위와 같은 이론으로 성도착증을 설명해보려는 시도들이 있어왔지만, 딱 이것이다라고 결정할 수 있는 이유는 없다. 사람이라는 게 워낙 복잡해서 지금 어떤 사람이 특정한 행동을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을 한 가지로 꼽기가 곤란하기 때문이 아닐까. 



  님포매니악의 주인공 '조'를 보면 조는 자신을 색정증이라고 여긴다. 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린시절 타의에 의해 성적 폭행을 당한 적은 없다. 굳이 말하자면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고 아버지와 친했던 점을 특이점으로 꼽을 수 있고 위의 내용 중에서는 성에 집착하던 어렸을 때의 행동이 억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성에 집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조는 '왜'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그저 그럴 뿐.


  사람들이 어떤 이유를 찾는 것은 그 이유를 알면 현상을 통제할 수 있고, 또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할 수 있다는 통제의 욕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내가 생각한건 아니고 포르노 선택을 통해서 사람의 성적 지향을 알 수 있을 거라는 논문 가설에 대해 얘기했더니 사람을 구별하고 판단하는 것은 곧 통제와 연관 될 수 있다는 선배/교수님 들의 지적을 받았기 때문).



뚜렷히 밝혀진 원인은 사실 없다


p111, p117


-같은 원인에서 여러 성도착 행동이 나오는데?

  성도착증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히 밝혀져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생물학적인 요인이 성도착증의 원인이라는 몇몇 연구가 있으나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특정한 성도착 행동을 선택하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기 어렵고다. 왜 어떤 사람은 물품음란증이 되고 어떤 사람은 가흑증이 되는가를 변별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또한 여러 다른 유형의 성도착증이 한 환자에게서 동시에 존재 할 수도 있다. 


-내가 이러한 성도착 행위를 어떻게 느끼는지 다름

  무엇보다도 성행위에 내재되어 있는 의미를 결정하는 데는 심리적 문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성도착 심리의 어두운 구석들을 이해하는 데 정신분석적 설명이 도움이 되지만 정신분석적 설명 이외의 다른 관점에서도 성도착의 원인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결정적인 설명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책에서도 성도착증을 원인을 설명하려는 여러 시도들에 대해 써놨지만, 결론적으로 어떤 한 원인을 꼽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조는 왜 색정증이 되었는가? 나는 영화를 보고 '왜'를 읽어 낼 수 없었다. 그게.. 감독판 자막을 못찾아서 계속 자막 보정을 하며 없는 자막은 귀로 들었기 때문인지, 지루한데 들으면서 이해하느라 빨리 넘길 수가 없어서 집중력이 떨어져서 인진 모르겠다. 짚이는 게 있으시면 댓글로 제보좀 ㅠㅠ




2 여성색정증Nymphomaniac: 성도착증의 성비



p29, p116


  전통적인 임상적 지식에 따르면 남성 대 여성의 비가 20:1로 추정되는 성적 피학증을 제외하고는 성도착은 여성에게는 거의 진단되지 않는다.

  이러한 견해는 도착된 환상은 실제로 여성에 흔하다는 최근의 경험적 연구와 임상적 관찰의 결과로부터 도전 받고 있다. 여성 도착증을 연구한 캐플란에 따르면, 남성 도착증의 경우 명백한 성적 측면이 나타나는 반면, 여성은 아주 미묘한 역동을 나타내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한다. 여성 도착증의 경우 이별, 포기, 상실 등의 무의식적 주제와 관련이 많다. 예를 들어, 어렸을 때 성적 학대를 받았던 여성들은 여성으로서 과장된 섹시함을 보이려 하는데, 이러한 행동을 통해 남자들에게 복수를 하고 스스로 자신의 여성다움을 확인받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성도착증은 일반적인 임상 장면에서는 거의 진단되지 않지만 성도착증적인 외설물과 기구들을 거래하는 대규모의 상품 시장은 성도착증의 유병률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색정증의 경우 남성형 명사(Satyriasis) 여성형 명사(Nymphomania)가 따로 있을 정도로 세분화 되어 있는데 이 책에서는 왜 여성은 성도착증 진단이 거의 없다고 말할까. 


사실 이 부분을 다루고 싶기는 한데 아직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고 전문분야가 아니라서 말하기가 너무 꺼려짐. 패스!




3 색정증과 성도착증. 소아기호증


  사실 이제와서 말하긴 좀 부끄러운데, 이 책 성도착증에는 색정증을 다루지 않았다. 님포매니악의 골자는 색정증이고, 오르가즘을 잃어버린 조가 여러 다른 성행동을 시도해 보는 부분에서나 성도착증에 관련된 얘기를 할 수 있다. 


성도착증의 유형과 특징

p27

  성도착증의 하위 유형은 성도착적 행위의 대상이나 행동 특성에 따라 구분된다. 성도착증에는 노출증, 물품음란증, 마찰도착증, 소아기호증, 성적 피학증, 성적 가학증, 복장도착증, 관음증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행위 유형에 해당되지 않는 성도착 행위는 '달리 분류되지 않는 성도착증'으로 분류되며 보통 흔히 발생되지 않는 성도착증 양상이 여기에 포함된다. 종종 하나 이상의 성도착증 양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님포매니악에서는 성적 피학증, 성적 가학증과 한사람의 소아기호증이 등장했다. 



성적 피학증과 가학증은 사도마조히즘이라며 많이들 묶여 다닌다. 이런 취향이 있을 경우, 상대가 나와 맞는 취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좀 어려워 진다. 


심야식당 13권, 177화 타르타르소스 중


  이 책은 성도착증의 원인을 찾으려는 여러가지 학문적 시도들에 대해 다뤘고, 뚜렸하게 밝혀진 원인이 없다고 정리했다. 성도착증의 하위 유형 중 하나인 가학증과 피학증, 흔히 SM 이라고 말하는 사도마조히즘의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추론한다. 


  학대음란증(sadism)이나 피학대음란증(masochism)은 비교적 가벼울 때는 정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악성으로 나타나면 성적인 죄의식과 결부된다. 피학대음란증 환자는 성에 관련된 스스로의 죄를 또렷이 의식하고 있는 사람이다. 학대음란증 환자는 유혹자로서의 여자의 죄를 또렷이 의식하는 남자이다. 나이가 든 후 나타나는 이러한 결과는 어렸을 때의 지나치게 엄격한 도덕교육이 야기한 초기의 인상이 얼마나 심각한 것이었던가를 보여준다.

 

버트란드 러셀, 결혼과 도덕에 관한 10가지 철학적 성찰

p.189  인생에서 성의 지위


  물론 이것은 러셀의 직관과 논리추론에서 나온 결과이니 이 것이 정설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많은 심리학 가설들이 그러하듯, 꽤 그럴싸 하다. 




4 성도착증의 치료


  성도착증의 치료에 약물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약물치료를 중지할 경우 다시금 성도착증의 징후와 욕구가 발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약물치료는 근원적인 치료가 아니다. 



  외국(의 영화에서 자주 나오니, 아마도 유행하는 듯한)에서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자주 사용하는 집단치료(중독자 모임?)의 경우 님포매니악의 조에게는 그다지 효과가 있지 않았다. 

  색정증 때문에 직장 동료들의 질시를 사, 직장을 유지하기 곤란해진 조는 집단 심리치료 모임과 모임 주체자의 권유(성적인 생각을 유발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제거해 보라)를 따라봤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거울, 의자 모서리, 창밖, 전화 등 일상적인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성적인 것과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몇 주간 섹스를 참은 조는 자신의 작은 성공을 모임 구성원들과 나누기 위해 일어났으나, 자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온 어린시절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서 발견한다. 거울에서 어린 자신을 발견하고 실제로 조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대사를 통해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조는 자신이 준비한 종이를 내리고, 다른 구성원들의 행태를 비난하며 자리를 박차 떠난다. '집단 치료 활동에 참여 중인 섹스중독자'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사랑하는 '님포매니악'으로서의 자신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조의 색정증을 '치료'하기 위한 집단 치료 모임은 결국 실패였다고 볼 수 있다. 


성도착증 치료의 개관

p133-134

  성도착증에 단 하나의 적절한 치료란 없으며 개개인에 맞추어 잘 짜여진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점점 일치하고 있다. 통합 모델에는 개인심리치료, 역동적 집단심리치료, 인지적 재구성, 행동적 재조건화와 재발예방 같은 방법이 포함된다. 대부분 임상가들은 치료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환자가 자신의 행동과 그로 인한 손상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인 치료 목표는 환자가 질환을 부인하는 것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도착행위의 피해자를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도착적인 성적 각성을 인식하여 치료를 받도록 하고, 사회적 결핍과 부적절한 대응 기술을 인식할 수 있게 하고, 인지왜곡에 대하여 도전하며, 유혹받기 쉬운 상황의 회피를 포함한 총제적인 재발예방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책에서도 나와 있지만, 성도착증을 가진 사람이 자기 자신을 '치료'하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성도착증으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친 경우 이를 '교정'하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조 처럼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이를 사랑하는 경우 그러한 사람을 싫어하는 사회에서는 이들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 덧

  볼륨1의 마지막에서 조는 오르가즘을 잃고, 볼륨2에서 조는 오르가즘을 되찾으려는 여러 시도를 한다. '오르가즘을 잃는다'가 어떤 느낌인지 잘 이해가 안갔는데 그 뒤에 바로 조가 셀리그만에게 책에 대한 열정을 잃는 것이 어떨지 상상해보라는 말에서 확 느낌이 왔다.



이젠 섹스앤더시티 시즌4 8화에, 

오르가즘을 잃고 고민하는 사만다에게 샬롯이 오르가즘이 영원히 멈춘거라는 악담을 하자 사만다가 슬픈 얼굴로 한 말이 이해가 간다.  


"That's the meanest thing you've ever said to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