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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진 리스 -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 6점
진 리스 지음, 윤정길 옮김/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 나오는 로체스터의 미친 부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인 에어>를 짧게 요약하자면, 주인공인 고아 제인 에어가 부잣집 가정교사로 들어갔다가 주인인 로체스터와 꽁냥꽁냥해져서 결혼하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로체스터는 살아있는 부인을 집에 감금해 놓은 상태여서 결혼은 파토. 빡친 제인은 로체스터를 차고 떠났다가, 어떤 친척의 유산을 받고 부유해져 로체스터를 다시 찾아왔더니 마침 부인이 집에 불을 질러서 집도 다 타고 부인도 죽고 불구가 된 로체스터와 다시 불이 붙는 얘기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에서는 제인과 로체스터의 이야기에 잠깐 등장하는 이 부인에게 목소리를 주어 그녀가 왜, 어떻게, 언제부터 '미쳤'다는 말을 듣게 되었는지를 상상해 본다. 


  여성 혐오와 페미니즘 쌈닭 이야기를 버무려 독후감을 쓰려고 했었는데, 임시저장 글이 날아가서 풀이 죽었다. 때문에 독후감을 쓴다면 이런 내용을 써야지 하고 마구 휘갈긴 내용을 두서 없이 풀기로 했다. 



  자세한 내용을 쓰기 전에 먼저 알아뒀으면 하는 법이 있다. 141쪽 각주에 설명되어 있는, '기혼여성의 재산에 관한 법률(Married Woman's Property Act)' 은 1870년 만들어졌다. 이 법령이 발령되기 전까지 여성이 혼인 전에 가지고 있던 일체의 재산은 결혼과 더불어 남편의 재산이 되었다. 부모가 딸이 매해 받을 수 있도록 수입원을 만들어 놓았다 해도, 그 수입은, 심지어 이혼 후에도 남편이 받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뭐 이 법이 어쨌다는거지? 여성이 돈 한푼 없이 남편의 재산으로만 먹고 살 수도 있는거잖아? 재산을 남편이 관리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한다면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재산도 이름도 뺐기고 광인이라는 딱지가 붙어 갇힌 삶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로체스터가 여성을 혐오하는 악인이기 때문에 오직 돈을 뺏기 위한 목적으로 결혼하고, 결혼 후 옆방에서 다른 사람과 자고, 아내에게 아무런 권리도 목소리도 주지 않았을까? 


 



 - 로체스터 개인에게 나쁜 놈 딱지를 붙인 다음 모든 남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라는 방어로 끝내기엔 찝찝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로체스터가 앙투아네트에게 


 - 여성 혐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보면 가끔 '나는 그런 일을 당한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혐오가 있는지 모르겠다(혹 강하게 여성 혐오는 없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남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혹은 (예쁜)여성이기에 받을 수 있는 특혜를 누리며 살아왔다면 특혜의 기반이 되는 성차별적 상황이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 


 - 여성은 아주 오랫동안 2등 시민이었다. 하위 존재로 살아 본적이 없는 남자인 너는 여성이 받는 차별과 혐오, 더욱 나쁜 것은 여성이 스스로에게 보내는 혐오,가 어떤 것인지 이해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어 버리는 것은 이 책을 이해하는데, 그리고 여성 혐오를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이 보는 세계가 흑백이 아니듯이, 한 사람을 특징 지을 수 있는 속성은 한 가지 뿐이 아니다. 흑이나 백이냐, 여성이냐 남성이냐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기에 사람은 여러 레이어에서 각각 다른 값을 가진다. 말하자면, "우등"한 남성의 클래스에 속해 있는 그도 한 때는 주도적 선택권이 없는 미성년자였고, 비자율적 자율 학습을 강요받던 학생이었고, 혹은 똥물같은 부조리 속에 짧은 머리털 속속까지 잠겨 있던 이등병이었을 수 있다. 로체스터의 경우에는 차별 받는 차남이었다. 

  앙투와네트는 여성이기 때문에 로체스터의 혐오와 증오의 대상이 된 것이 아니라 약자이기 때문에 혐오와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가끔 여성 혐오의 문제에 대해서 광분하는 사람들 중에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여성'에 대한 혐오 자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남자도 피해를 받는다! 어떻게 여성에게 그런 폭력적인 말을 할 수 있냐! 모든 남자는 가해자고 여자는 피해자라는 말이냐! 나는 여성 혐오는 여성과 남성의 편가르기 문제가 아니라. 약자에게 자신의 받은 멸시와 폭력을 해결하려고 하는 비겁자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 혐오의 굴레, 체인 오브 스크림 the chain of screaming : How I met your mother season 3 episode 15th


 - 결국 공감의 문제를 건드리게 된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아하는 우리 사회가 발전하려면 지금이야 말로 나, 그리고 너 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는 나에 대한 성찰도 너에 대한 공감도 없이 '우리'만 너무 강조한 탓에 억화심정이 생긴 젊은이들은 나에게 너무 몰두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고, 나 이외의 것에는 기울일 관심과 여유가 없다. 


 - 쌈닭을 응원합니다. 


 - 어려운 것은 스스로를 1.5등이라고 생각하는 중산층이 하층민과 자신의 비교우위에 자위해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중산층과 부유층을 성토하는 것. 1.5등인 예쁘거나 똑똑한 여성들이 소위 멍청한 여성들을 비웃고 자신과 격리 시킨 후 명예남성으로서 남성과 남성이 이룩한 위대한 것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특혜를 받았음을 알고, 그리고 그 특혜의 기반을 흔드는 다른 여성들의 편에 서주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 펭귄북스 스타일 마음에 안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