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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스티븐 킹 단편집 스켈레톤 크루 (상) : 조운트

by Desmios 2009. 4. 22.

  나는 공포,호러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귀신 이야기도 싫어 하는 편이다. 주온이니 링이니 하는 것들을 보지 않은 것은 그 것이 얼토당토 않게 사람들의 두려움만 자극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 것을 보고 무서워 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것도 한 이유이다.
  조운트를 보고 일단 책을 잠시 덮었다가 조금 떨고선 다시 그 부분을 확인하고 다시 책을 덮었다. 사람이 죽기 충분할 만큼 우리를 소비해 버린 자극 없는 영원함. 그 건 리키의 말마따나, "아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길고, 훨씬 더 길"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해서 죽기도 한다. 나는 아무런 자극 없는 그 영원을 조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콱콱 막힌다. 

  의식은 우리에게 최고의 친구가 될 수 있다. 읽을거리도 놀거리도 없을 때 우리를 지루하지 않게 해 주는 것도 의식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오랜 동안 자극이 없다면, 의식은 우리를 소비하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우리를 소비하는 것이다. 그 말은 의식이 스스로 깨어나 스스로를 학대하고 어쩌면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자기를 파괴하여 스스로를 소멸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개념으로 볼 때, 육신이 조운트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 0.000000000067초에 불과하다. 하지만 분해되지 않는 의식의 관점으로 볼 때도 그러할까? 그건 100년, 1000년, 아니 100만 년이나 10억 년일 수도 있다. 완전한 백지의 세계에서 의식이 버틸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10억년 동안의 침묵이 깨지고 빛이 돌아오고 형체와 육신이 돌아온다. 어떻게 맨 정신으로 버틸 수 있겠는가?
상권, 402쪽

어떻게 그 것을 맨 정신으로 버틸 수 있겠는가?
리키나 포기아는 10억년 동안 '내가 왜 그랬을까'를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 생이 끝나고 눈을 뜨면 살면서 내가 가장 피하고 싶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간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 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