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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_진/花無十日紅17

삶의 목적 꽃의 목적은 무엇일까? 꽃은 무엇을 위해 자신을 단장하고 화려하게 피어 아름답게 살다 꽃잎을 떨굴까? 생식을 위해서? 그렇다면 생식하지 못한 꽃은, 가을의 끝자락에 피어 눈을 맞고 벌 한마리, 나바 한마리 못 보고 지는 꽃은? 그럼 그런 꽃은 의미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꽃의 목적이 없이 그저 꽃은 피는 속성이기에 피었고 그 이외는 모두 부수적인 것일까? 나비가 들고 열매를 맺고 다시 땅으로 떨어지는 것 모두. 그저 '그러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 그 곳에 꽃의 의지와 꽃의 삶은 없을까? 사람의 목적은 무엇일까? 우리는 삶을 무엇을 위해서 써야 할까. 만약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실패한 것일까. '자기완성을 위해 살아가는 자를 조심하라' 라는 말이 있다. (이영도의 '눈물을 마시는 새'에.. 2008. 11. 28.
개나리 노란 추억 개나리, 노란 불빛에 가지까지 노랗다. 올 봄에 개나리 피고 두근두근 하는 마음에 야생화도 찍고 쌈지길 가서 나비 모양 풍선 본 것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아니 사실 생생한 정도는 아니고 그랬었지 하고 생각하는 정도긴 하지만) 벌써 개나리는 다 떨어지고 없다. 개나리 이파리도 가지도 추워서 바들바들 떨린다. 그래도 난 벌써 또 봄과 개나리를 기다린다. 산수유, 개나리 봄이 왔음을 알리는 그 노랗고 앙증맞은 녀석들. 나는 봄이 지나기만 해도 또 다시 봄을 그린다. 또 봄이 왔으면, 어서 봄이 왔으면, 이 추운 살을 에는 겨울이 지나고 빨리 봄이 왔으면 여름이 되도 나는 봄이 왔으면, 가을이 되도 봄이 왔으면, 겨울이 되도 봄이 왔으면, 아직 추운 겨울의 끝발에 첫 산수유 꽃을 발견하는 그날부터, 반팔을 꺼.. 2008. 11. 23.
호박꽃 요즘에야, 추녀다 오크다 해서 신조어가 생겼기에 구수한 이 말은 잘 쓰지 않지만 호박꽃 호박꽃 할 것 없다. 못생긴 건 호박이지 호박 꽃이 아니니까. 호박이 못생겼다고 해서 그 꽃까지 못생겼다는 식으로 취급되면 호박꽃에 꿀따러 오는 벌레들도 쑥스러울거 아냐. 꽃지고 씨 나오는 건 뭐든 똑같다. 호박꽃도 꽃이다. 아름답게 활짝 피자. 2008. 11. 20.
낡은 꽃 계절이 변하고 해가 바뀌어도 지지 않는 꽃이 있다. 언제나 화려하게 핀 꽃 그대로 차츰차츰 낡아 간다. 꽃이 낡기란 쉽지 않은 일일텐데, 오래된 조화를 보고 있으면 추하고 너절하다는 기분이 든다. 생화는 피고, 진다. 조화는 만들어지고 낡는다. 가늘고 길게 사느냐, 굵고 짧게 사느냐로 생각해도 될까? 2008.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