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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_진/花無十日紅17

낙화 이후, 재생 버튼을 눌러주세요 Yuhki Kuramoto - Refinement - Nocturne 꽃이 떨어져 썩는다. 바람에 흩날리던 붉은 입술이 검은 대지 위에 입맞추면 꽃 잎은 입속까지 하얗게 질리고 조각조각 갈라져 사라져간다. 낙화란 꽃의 죽음이다. 꽃 잎은 땅에 떨어져 죽는다. 사실 꽃이 죽는다고 표현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낙화하는 꽃을 인간이나 동물의 죽음에 대입해서 묘사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우리는 낙화한 꽃이 썩어가고, 그 것이 겨우내, 혹은 어느 오랜 세월 세상에 떠돌다 다시 꽃으로 돌아갈 것을 안다. 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잠깐 안녕 하고 그 모습을 숨기는 것이다. 우리가 어느 곳 어느 때에 다시 나타난 꽃을 또 만나는 것이다. Saying good-bye is not .. 2008. 11. 10.
감나무에 감 동실동실 꽃은 씨를 남긴다. 과육이라는 눈 가림은 사실 씨를 위해 존재한다. 어떤 선생은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인간이 살아 가는, 인간이 살아 있는 이유는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즉 다시 말해 자손을 남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스스로 비참한 기분에 빠졌다. 인간이 사는 것에 단순 종족 번식 이외의 무언가 더 고상하고 향기로운 것이 있으리라고 무의식중에 기대했기 때문이리라. 어떤 사람들은 그 고상하고 향기로운 무언가를 찾지 못하고 죽는다. 어떤 사람들은 그 고상하고 향기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어떤 사람들은 이 것이야 말로 그 고상하고 향기로운 무언가라고 설파한다. 그러나 진실은 알 수 없다. 혹은 진실.. 2008. 11. 10.
봉선화 물들이던 날 여자 아이들은 대부분 이 이야기를 알고 있다. 그래서 손톱에 봉선화 물을 들이고 간 남자는, 남자친구들에게서는 그런 이야기를 못듣지만 여자 친구들에게서는 들을 수 있다. 봉선화를 물들인 손톱이 첫눈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그래서 남자친구들이 그의 손톱을 보면 '남자 새끼가 그게 뭐냐' 라는 소리를 듣고 여자친구들이 그의 손톱을 보면 '첫사랑 이루어 지라고?'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그가 낭만적인 성격인가 아닌가 나는 알 수 없다. 그저 나 자신의, 봉선화와 손톱 물들이기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뿐이다. 나는 손톱이 예쁘거나 손이 예쁜 것도 아니라서 길러서 남 보여줄 생각도 없고, 애초에 그런 미학적인 이유보다는 그저 나는 손톱을 길게 기르면, 컴퓨터 타자를 치기 불편하기 .. 2008. 11. 9.
핀 꽃을 보며 피어있는 꽃을 보며 진 꽃을 떠올리는 것이 기우일까? 꽃은 흐드러지게 피고 이내 진다. 아름답고 빛나는 것들이 한 잎 씩 똑똑 떨어진다. 그런 눈으로 보기 시작하면 이 세상 모든 것이 슬프다. 슬퍼서 더욱 아름답다. 2008.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