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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無十日紅16

안녕 졸업식 사람이 떠나가는 것은 언제나 슬프다. 언니는 졸업식이 슬프다며 복받쳤다. 나는 싱숭생숭하니 아쉽긴 했지만 슬프진 않았다. 언제나 이별을 생각하며 사람들과 거리를 둔 까닭이다. 이들은 언젠가 모두 떠날 사람이다. 나는 언제든지 이들로부터 훌쩍 떠날 수 있는 존재다. 어차피 인간은 어떤 사람은 대학원에 가고 어떤 사람은 취직을 했고 어떤 사람은 백수가 된다 그렇게 모두들 학교를 떠나가고 어쩌면 다시 볼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인연이 되었을 사람도, 인연이었던 사람도 모두 떠나간다. 우린 모두 헤어짐을 슬퍼한다. 하지만 헤어지고 만나는 일이 바로 인간사인 것을. 그리고 나는 슬퍼하지 않아도 괜찮을 만한 확신이 있다. 내가 중학교 2학년 영어 교과서 제일 마지막 단원에 나왔던 영어 문장이 있다. 내가 언제나 항.. 2009. 2. 24.
오래되고 지겨운 새해 또 다시 새해다. 계단 난간을 붙잡고 '나도 이제 일곱살이구나' 라고 생각했던 노란 오후로부터 십오년이 지났다. 지겨운 새해가 또 왔고, 앞으로 꼽을 새해도 한참 남았다. 아 지겹다. 말세니 말세니 하면서 세상은 끝날줄을 모른다. 뜨지 않을 것 같던 해가 뜨고 다시 뜨고 또 뜬다. 해가지고 날이 바뀌면 어떤 높고 굳은 바위도 자갈이 되고 먼지는 별이 된다.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한 나라도 없고 영원한 정권도 없다. 그렇다고 지금을 견디기만 하면 되는 걸까? 어째 매번 똑같은 질문만 반복된다. 그마저도 지겹다 2009. 1. 24.
年年歲歲人相似 年年歲歲花相似 해가 가고 나이를 먹으면서 꽃은 서로 닮는다. 歲歲年年人不同 나이를 먹고 해가 가도 사람은 서로 닮지 않는다. -마스터 키튼 3권 나는 나의 부모님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 가는 것을 보며, 사람이 사랑을 한다면 바로 저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서로 사랑하고 언제나 서로 웃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싸우고 말다툼도 하고 반찬 투정도 하고 장난도 치고 그렇게 함께 살아가면서 오래오래 살면서 서로를 닮고, 서로의 좋은 점도 닮고 서로 싫은 점도 닮고 결국에는 둘 다 바보가 되어서 헤헤 서로를 보며 웃을 수 있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 세계는 다들 반쪽 짜리 하트들이 살고 있는 세계였다. 한 잘생긴 반쪽짜리 하트가 있었다. 그는 멋진.. 2009. 1. 10.
극락왕생 Canon Powershot G9, F3.5, 1/160, ISO 160 지금까지는 그다지 석가모니와는 관계가 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 유명한 조계사에도 가볼 일이 없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과제 '부처님 오신날'을 찍기 위해 가까운 조계사에 들렀다. 연등이라는 것이 있고 부처님이 오셨으니 축하를 하기 위해 연등을 단다는 것은 버스를 타고 다니며 보아서 알고 있었지만, 죽은 사람을 위한 등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화려하게 채색된 색색의 연등을 지나. 염불 소리가 들리고 아주머니들이 끊임없이 절을 하고 있는 큰 불당을 돌아 뒤로 가면, 색이 없어서 더욱 누렇고 그래서 더욱 상복을 떠올리게 하는 하얀 연등. 누구누구 잘 되게 해주세요. 라는 바람을 담은 채색된 연등과 마찬가지로 그 하얀 등에도 .. 2008.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