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20D73

안녕 졸업식 사람이 떠나가는 것은 언제나 슬프다. 언니는 졸업식이 슬프다며 복받쳤다. 나는 싱숭생숭하니 아쉽긴 했지만 슬프진 않았다. 언제나 이별을 생각하며 사람들과 거리를 둔 까닭이다. 이들은 언젠가 모두 떠날 사람이다. 나는 언제든지 이들로부터 훌쩍 떠날 수 있는 존재다. 어차피 인간은 어떤 사람은 대학원에 가고 어떤 사람은 취직을 했고 어떤 사람은 백수가 된다 그렇게 모두들 학교를 떠나가고 어쩌면 다시 볼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인연이 되었을 사람도, 인연이었던 사람도 모두 떠나간다. 우린 모두 헤어짐을 슬퍼한다. 하지만 헤어지고 만나는 일이 바로 인간사인 것을. 그리고 나는 슬퍼하지 않아도 괜찮을 만한 확신이 있다. 내가 중학교 2학년 영어 교과서 제일 마지막 단원에 나왔던 영어 문장이 있다. 내가 언제나 항.. 2009. 2. 24.
신속불친절 서초경찰서 서초구 교대역, 대법원 근처에 있는 서초경찰서에 가면 로비에 대강 이런 문구가 써있다. '신속. 친절. 공정. 서초 경찰서 서초 주민과 함께하는' 어쩌고 저쩌고 여하튼 잘하겠습니다. 이런 것이겠지. 사실, 우리네 소시민 들은 경찰서에 가볼 일이 별로 없다. 끽해야 운전면허 잃어 버렸을 때 신고하러 가는 정도고, 나는 반디앤 루니즈를 못찾아 가지고 종로에 있는 파출소에나 한 번 가보고, 에 엠피쓰리 줏었을 때 갔다 주느냐고 한 번 가본 정도였다. 이번에는 법원에 뭐 제출할 서류가 있어가지고 가게 되었는데 미리 그 서류가 필요한 줄 알았으면 동네에서 뽑아오는 건데 몰랐기 때문에 서초 경찰서에 가게 되었다. 이름이 '종합 조회실' 인데 가봤더니 0.5 평방미터 정도 되는 작은 공간이 있다. 문을 열면 비껴서 .. 2009. 2. 18.
새해복 농담 일년 전인가 이년 전인가 부터 쓰는 새해복과 관련된 농담이 있는데 어쩌다가 그걸 생각해 내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 것이 재밌다고 생각해서 그 농담을 자주 쓰고 좋아한다. (다른 사람역시 그 농담을 재밌다고 생각하는지는 확신을 못하겠다.) 새해 초에-신정이든 구정이든 간에-서로 새해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를 하면 새해복이 착착 쌓이게 되고 나는 내가 얼마만큼의 새해복을 저장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이후로 부터 뭔가 운 좋은 일이 생기게 되면 그 것은 새해복을 쓴 것이던가, 새해복이 아닌 나만의 운을 쓴 것이던가. 여하튼 운좋은 일이라는 게 잘 안 일어나는 나의 신세에 운 좋은 일들은 새해복으로 이루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전에 국세청 현금영수증 복권 5등에 당첨이 되었을 때도 나는 "아.. 2009. 2. 17.
명멸하는 K20DKK 무지개뱀의 베이스인 나의 선배는, 무대에 올라가는 순서는 실력과 무관하다 그러셨지만 왜 나는 매번 앞 쪽에서 공연한 밴드들의 인상이 서로 섞여서 비슷하게 보일까. 비슷한 실력 비슷한 창법 비슷한 노래들 비슷한 분위기. 검은 손톱, 찰랑찰랑 생머리, 스트라이프 패턴의 옷, 사슬, 찢어진 바지. 모두들 '특이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홍대에서 그 모든 특이한들은 한데 섞여서 오히려 평이해져 버린다. 혹시 '특이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남들이랑 똑같이 코까지 내려오는 아이라인을 그리고 머리 염색에 아무도 안신는 신발을 신고 다녀야 할 것이다. 인디 밴드라는 열심이 이런 식으로 비슷비슷한 반짝이들이라면 참으로 공연 볼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실험, 인디 정신이라는 것은 좋지만 그 인디가 또 다 .. 2009.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