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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레드 호세이니 - 연을 쫓는 아이 연을 쫓는 아이 -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현대문학 나는 이 책의 반전과 비밀에 대해서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했다. 미스테리 소설이 아니니 만큼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재밌었다는 것에는 아무런 부정적 영향도 없다. 바바가 울고, 소랍이 울어도 나는 그들이 어떻게 될지 예상조차 해보려고 하지 않고 다음 장, 그리고 그 다음 장으로 종이를 넘길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 말이 계속 귀와 귀 사이에서 맴돌 뿐이었다. 나를 위해서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가.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2011. 8. 21.
할레드 호세이니 -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현대문학 터키는 그나마 이슬람 색채가 그리 짙지 않은 나라였음에도 불구하고 수도인 이스탄불에서 조금만 외곽으로 나오면 부르카를 쓴 여인들이 종종 있었다. 비탈길을 내려오며 부는 바람에 검은 부르카가 펑퍼짐하게 퍼지는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사막 사람들이 펑퍼짐한 옷을 입는 것 처럼 저런걸 뒤집어 쓰면 옷 안에 그늘이 져서 시원하기 때문에 저렇게 입는다고 생각해버렸다. 하지만 부르카보다 훨씬 가리는 면적이 적은 히잡을 입은 사람도 이마의 땀을 연신 닦는 다는 것을 듣고는 잠시나마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 미안해 질 정도였다.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이들의 삶이 가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그다지 많이 인상 깊지는 않은 책이었다. 이슬람권 .. 2011. 8. 13.
티타니아 하디 - 장미의 미궁 장미의 미궁 - 티타니아 하디 지음, 이원경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이제부터 장미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건, 한 세 번 생각해 본 다음에 읽어야겠다. 기독교, 비밀, 수도회, 휴거, 열쇠, 성당, 셰익스피어 운운. 그 문화권에서 나고 자라서 그 토양의 문화에 해박하거나, 장미나 비밀과 음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 읽어보지 않아도 내용이 빤히 보이는 플롯에서 '결국 그래서 상자 안에는 뭐가 들어있는데'를 제외하고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라곤 없다. 책의 1/4이 지나도록 아직도 서두 부분에 머무를 때 알아차렸어야 하는 건데. 어째 소설적인 이야기 전개보다는, 자기가 조사한 자기딴엔 흥미로운- 장미와 숫자 34의 비밀을 지껄이기 위해서 장장 565페이지나 되는 이 긴긴 책을 쓴 것.. 2011. 8. 8.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 이반 일리치의 죽음 041120 이반 일리치의 죽음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은정 옮김, 앤서니 브릭스 서문/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나는 책을 읽을 때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 글은 쓰레기야.' 톨스토이는 나에게 고통을 가져다 주었다. '내 글은 정말 쓰레기야. 내가 뭔가를 쓴다는 것이 꼭 죄를 짖는 것 같아.' 그러고 보니 톨스토이의 작품을 제대로 읽은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어린이 세계문학 전집에 있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톨스토이를 우습게 안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톨스토이에게 사과한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이반'을 떠올린 것을, 이런 작품에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는 것을 사과한다. 아무나 '문학의 거봉' 이라는 칭호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눈물을 흘.. 2011.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