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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 요즘에야, 추녀다 오크다 해서 신조어가 생겼기에 구수한 이 말은 잘 쓰지 않지만 호박꽃 호박꽃 할 것 없다. 못생긴 건 호박이지 호박 꽃이 아니니까. 호박이 못생겼다고 해서 그 꽃까지 못생겼다는 식으로 취급되면 호박꽃에 꿀따러 오는 벌레들도 쑥스러울거 아냐. 꽃지고 씨 나오는 건 뭐든 똑같다. 호박꽃도 꽃이다. 아름답게 활짝 피자. 2008. 11. 20.
자하문 근처 골목 자하문 근처에도 골목이 많다. 이끼가 낀 가파른 계단들 사이에 숨어 북한산을 내다보는 집들, 언제부턴가 그 근처에 카페가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하더니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많이 늘었다. 용기를 내서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그 작은 규모가 왠지 쑥스러워서 들어 갈 수가 없었다. 주문하고 기다렸다가 내 번호가 되면 가서 커피를 타오는 익명적인 프렌차이즈 커피점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다음에는 또 사진찍으러 한 번 더 가게 되면 꼭 용기를 내서 들어가봐야지! 2008. 11. 19.
야작의 아침 '야작'이라는 것이 없는 과도 있고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과도 있을 것이다. 어떤 과에서는 그런 건 해본 적도 없다고 하고 야작을 하는 과는 꽤 열성적으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야작을 한다. 야간작업 : 야작 과제나, 전시회, 공모전 등을 학교에서 밤을 세워 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야작을 하고 난 뒤 돌아가며 맞는 아침은 꽤나 각별하다. 남들이 학교에 오는 시간,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이른 시간에 학교를 나가고 있자면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이 몰려온다. 어깨엔 피로와 약간의 나른함을 메고 신선한 아침 공기를 호흡하면 지난 밤의 작업이라는 것이 담배연기 처럼 몽몽 머리 주변을 날아 다닌다. 머리는 떡져 있고 옷차림은 야작에 대비한 편한 복장이기에 전체적인 모습은 추레하다. 그런 차림으로 조금씩 늘어나기 .. 2008. 11. 16.
낡은 꽃 계절이 변하고 해가 바뀌어도 지지 않는 꽃이 있다. 언제나 화려하게 핀 꽃 그대로 차츰차츰 낡아 간다. 꽃이 낡기란 쉽지 않은 일일텐데, 오래된 조화를 보고 있으면 추하고 너절하다는 기분이 든다. 생화는 피고, 진다. 조화는 만들어지고 낡는다. 가늘고 길게 사느냐, 굵고 짧게 사느냐로 생각해도 될까? 2008.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