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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여 오라 지난 여름 쮼과 함께 봉선화 물을 들였다. 봉선화 꽃 잎을 따고, 잎을 따고, 백반을 넣고, 그들을 찧고, 손톱에 올려 놓고, 비닐을 길게 오려서 손톱을 싸매고, 한 잠 자고 일어나면 쭈글쭈글 해진 손가락 끝에 봉선화 꽃잎이 핀다. 봉선화 물을 들이면서 쮼에게 물들인 손톱이 첫눈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어머니의 어머니를 통해서 딸에게 전해져 온다는 것을 얘기해주니 신이 나서 손톱을 자르지 않겠다고 했다. (1cm를 넘어 갔던 그 엄지손톱은 급하게 가방을 챙기다가 부러져버렸다.) 얼마전에 서울에 첫눈이 내렸는데 쮼은 수업을 듣고 있느라 첫눈을 못봤다고 아쉬워 했다. 손톱 끝에서 떨어질락 말락 걸려 있는 봉선화 물을 보면 아슬아슬한 마음이 든다. 쮼은 자신이 보지 못한 첫눈은 .. 2008. 11. 25.
개나리 노란 추억 개나리, 노란 불빛에 가지까지 노랗다. 올 봄에 개나리 피고 두근두근 하는 마음에 야생화도 찍고 쌈지길 가서 나비 모양 풍선 본 것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아니 사실 생생한 정도는 아니고 그랬었지 하고 생각하는 정도긴 하지만) 벌써 개나리는 다 떨어지고 없다. 개나리 이파리도 가지도 추워서 바들바들 떨린다. 그래도 난 벌써 또 봄과 개나리를 기다린다. 산수유, 개나리 봄이 왔음을 알리는 그 노랗고 앙증맞은 녀석들. 나는 봄이 지나기만 해도 또 다시 봄을 그린다. 또 봄이 왔으면, 어서 봄이 왔으면, 이 추운 살을 에는 겨울이 지나고 빨리 봄이 왔으면 여름이 되도 나는 봄이 왔으면, 가을이 되도 봄이 왔으면, 겨울이 되도 봄이 왔으면, 아직 추운 겨울의 끝발에 첫 산수유 꽃을 발견하는 그날부터, 반팔을 꺼.. 2008. 11. 23.
영원한 여름의 나라 바오밥 나무는 아프리카에선 저주 받은 나무라고 불린다. 그 가지가 마치 뿌리를 닮은 모습 때문에, 저주를 받아서 나무가 뿌리채 뽑혀 거꾸로 땅에 박힌 것 같은 모습이라 해서 저주 받은 나무라고 한다. 바오밥 나무는 아주 크게 자란다는데, 어린왕자가 살던 그 별은 아직 무사할까? 사실, 그 곳은 영원한 여름의 나라는 아니다. 겨울도 있는 나라고 가을도 봄도 있으니까. (사실 북극 처럼 매일매일 추운 곳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추억으로 채색 된 내 머리 속 그 곳은, 비가 눈 처럼 아름다운 영원한 여름의 나라이다. 2008. 11. 23.
동질감 군중 심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군중심리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모방하는 지를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똑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쉽게 따라한다. 만약 누군가가 길을 가다말고 고개를 위로 젖히고 맞은편 건물의 창문을 뚫어질 듯 바라보는 것을 목격했다면, 또는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위를 뚫어질 듯 바라보는 사람이 한 명이 아니라 둘이 셋 또는 그 이상이라면? 아마도 여러분은 똑같이 행동을 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호기심 어린 눈초리를 던진 사람들의 숫자다. 한 사람이 창문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을 경우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40%가 그 사람을 따라 위를 한 번 슬쩍 쳐다본다. 그러나 걸음을 멈추고 제대로 위를 올려다보는 사람은 4%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 명이 아니라 약 .. 2008. 1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