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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왕생 Canon Powershot G9, F3.5, 1/160, ISO 160 지금까지는 그다지 석가모니와는 관계가 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 유명한 조계사에도 가볼 일이 없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과제 '부처님 오신날'을 찍기 위해 가까운 조계사에 들렀다. 연등이라는 것이 있고 부처님이 오셨으니 축하를 하기 위해 연등을 단다는 것은 버스를 타고 다니며 보아서 알고 있었지만, 죽은 사람을 위한 등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화려하게 채색된 색색의 연등을 지나. 염불 소리가 들리고 아주머니들이 끊임없이 절을 하고 있는 큰 불당을 돌아 뒤로 가면, 색이 없어서 더욱 누렇고 그래서 더욱 상복을 떠올리게 하는 하얀 연등. 누구누구 잘 되게 해주세요. 라는 바람을 담은 채색된 연등과 마찬가지로 그 하얀 등에도 .. 2008. 12. 10.
시와 - 길상사에서 080406 쌈지길에서 쮼이 Canon EOS 40D, 24-70mm, F/2.8, 1/40s, ISO-1600 저작권, 초상권 : 데미 그 당시 나는 계속 불안했다. 잠자리에 들면 계속 뒤척이고 또 뒤척이다가 스탠드를 켜놓고 또 뒤척이다가 겨우겨우 잠들곤 했다. 잠이 들어서도 곧 악몽을 꾸어서, 꿈에서 깨어 일어나면 너무 슬펐다. 나는 잠을 잘 자는 타입이라 여태껏 잠 때문에 고생한 기억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수능 볼 때도 소풍 전날에도 잠을 못자거나 하는 일은 없었는데 잠 들기 전의 이명 때문에, 그당시의 난 매일 밤 공포에 질렸다. 지금은, 나았다고 하기에는 아직 불안하고 사실 고향 집에 있는 이층 침대에서 잘 때는 세시간 동안 잠을 못자고 뒤척이기는 하지만 (물론 거기는 매트리스랑.. 2008. 12. 10.
눈 그림자 처음으로 눈 그림자를 보았던 때를 기억하고 있다. 내가 다니던 교회에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교회 신도들의 집을 돌면서 노래를 부르고 과자를 챙겨오는 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그 해의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도 두툼하게 옷을 챙겨 입고 노래를 부르러 다니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좀 춥고 졸리고 힘들기도 한 행사지만 그 당시는 그게 얼마나 재밌고 신나던지) 이 집에서 노래 부르고 과자를 챙긴 다음에 (챙긴 과자는 다음날 애들에게 나눠 주고, 남은 과자는 떨어질 때 까지 매주 애들의 간식으로 쓰곤 했다) 다음 집으로 걸어 가는 도중 눈이 왔다. 그리고 그렇게 내리는 눈을 보며 난 처음으로 눈 그림자를 봤다. 눈 그림자는 함박눈 같이 알이 굵은 눈 밑에 생긴다. 눈 오는 것을 보면서 기쁘게 가로등 밑으.. 2008. 12. 8.
섬세한 Rayman+ 트랙3번 재생버튼을 눌러주세요 보정을 하려고 마우스를 잡고 있으면 한칸 한칸 옮길 때마다 색깔이 너무 변해서 차마 만질 수가 없는 것들이 있다. 하늘 사진이 특이 그러하다. 보통은 사진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찍어 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사진도 그렇지 못하다. 후보정은 말할 것도 없고, 카메라를 든 사람의 키나 자세에 의해서, 크롭이나 기계적 차이, 렌즈에 의한 왜곡. 정말 다양한 것들이 사진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 내지 못하게 하는데 영향을 준다. 게다가 사진에는-우리가 하는 말(음성)이 주로 그러하는 것 처럼 말하고-사진을 찍을 당시의 맥락이 잘라 진채로 동떨어져 존재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유리된다. 모든 것은 객체로 존재한다. 주체인 나 자신도 현재에서 밀려 과거가 되는 순간 .. 2008. 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