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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글108

추석날 우리집 모여 자식자랑하는 人, 해피추석 어디 대학 1등급 장학금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우리엄마아빠는 꿀먹은 벙어리 마냥 듣고만 있다가 배 깎아 드린다고 부엌에 들어가신다. 남은 사람들은 거실에 모여서 자식 얘기를 계속한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은 드는데 짜증난다는 생각이 더든다. 아 지겨워. 돈있는 사람 돈자랑은 마음껏 못하지만 자식있는 사람 자식자랑은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잘만한다. 다들 남의 자식 자랑을 들으며 우리애 자랑은 언제의 타이밍을 노려서 해야 할까만 생각하고 있다. 와오, 멋진 사회생활이에요. 해피추석 2009. 10. 3.
대학을 준비하고 있는 (중위권)수험생에게 * 단, 자신의 흥미를 고려해서 대학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대학이름과 자신의 성적을 고려해서 적당히 성적 맞춰 위부터 자르려는 사람은 말고. 11월 대입수능이 2달하고도 십몇일 남았습니다. 오늘로 정확하게 72일 남았죠. 저 사진은 9월 5일에 찍었죠(저는 11월 16일에 수능을 봤습니다) 요즘이네요. 매일매일 뱃살만 축척하면서 허둥지둥 남들 다 한다는 공부 따라가고 있을 때죠. 실감이 날랑 말랑하면서 아직은 밤에 잠도 잘 오고 책 펴도 지금 안보면 죽는다는 생각도 없습니다. 친구들과 '2호선에서 만나자' 이렇게 인사하면서 자기 성적에 얼토당토 않는 대학에 들어갈 어렴풋한 기분만 가지고 있을걸요. 저는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 들어간 잘난 선배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만날 서울대니 어디 의대니 하는 잘나가는.. 2009. 9. 1.
오토바이 도난, 신고, 발견 7월 28일에 도난당한 오토바이를 2주 뒤인 8월 9일에 찾았다. 오토바이 도난당했어요! 하는 포스트를 올리지 못한건 어떤 분 말마따나 '다리가 잘린 느낌'때문에 너무 슬퍼서 도저히 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토바이가 도난당한 후 일주일 간은 매일 스트레스성 장염으로 설사를 좍좍하고 창문 밑을 지나가는 씨티 소리만 들려도 깜짝 놀라 잠에서 깨곤했다. 그 다음주에는 필사적으로 마음을 가라앉힌 결과 설사는 안하게 되었지만 골목골목 애타게 오토바이를 찾아다니는 꿈을 꿨다. 간 오토바이는 간거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사고를 내는 바람에 수리비로 35만원이나 박았던 쮼은 자기도 오토바이 찾아 다니는 꿈을 꾸는 주제에 슬픈 얼굴로 말했다. 오토바이 없는 이주일 동안 쉰 한숨만으로 풍선 오백개는 충분히 불 수 있을 .. 2009. 8. 12.
생존의 맛 Pentax K20D, F4, 1/2000초 ISO 800, 40mm 정릉3동 산동네 내가 요리를 해서 음식을 만들면, 왠지 맛이 없다. 맛이 없다는 게, 예의상 맛있다고 해줄 수 있을 정도는 되지만 그렇다고 맛있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먹지 못할 만큼 맛이 없는 것도 아니다. 먹자면 먹겠지만 먹는 즐거움을 느끼자니 좀 아쉽다. 오므라이스는 망했고 볶음밥은 그저 그런 맛이었고 김치찌개도 그저 그런 맛 (엄청나게 쉬운 요리라 그랬는데) 라면은 보통 맛이지만 라면이야 하라는 대로 한 것이니까 결국 똑별나지 않은 맛 그야말로 '생존의 맛'이다. 살려면 먹어야 하지만 먹는 다는 것이 나에겐 고역이다. 살기 위해 먹는 구나 꾸역꾸역. 어차피 소화되어 또다시 밀려올 끼니를 떼운다는 생각이 들면 사는 게 서글퍼 진다.. 2009.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