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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리뷰125

손창섭 -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 손창섭 지음, 조현일 엮음/문학과지성사 손창섭의 단편집을 읽다보니, '비 오는 날' 단편을 고등학교 때 배웠던 기억이 났다. 아직 고등학교 졸업한지 십년이 넘지 않은 내 주변인들에게 대충 이야기를 설명하니 대부분 잘 상기한다. 그리고 나역시, 고등학생 당시 읽은 후 잊고있었던 한국 현대 문학 특유의 냄새가 난다 그 쿰쿰하고 눅눅하고 지린내 나는 더러운 냄새가 난다. 일 할 데 없는 남자들의 분노와 그런 남자와 자식을 먹여 살리는 여자들의 경멸이 섞여 또 불쾌해진다. 이 소설에 대해서 "그렇게 우울해 할 시간에 일을 해야지!"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그럼 기록은 누가 남겨서 후대 사람들이 읽고 배우냐"고 공박했지만,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이 불쾌감을 부정할 수가 없다. 차라리 읽기 싫은,.. 2011. 9. 2.
존 스칼지 - 노인의 전쟁 노인의 전쟁 -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샘터사 미리니름을 당하는 것이 싫어서 책 뒤에 있는 소개글을 왠만해서는 안보는 편인데, 책 표지의 그림을 보다가 실수로 문구를 봐버렸다. 일흔다섯에, 사망신고서에 서명해야만 갈 수 있는 군대가 있다. 은하의 저편에서, 늙은 우리는 인간 병기로 다시 태어났다. 죽고 죽이는 나날의 끝, 낯선 행성에 곤두박질쳐 찢기고 접히고 부서진 몸이 막 눈을 감으려 할 때, 나는 보았다. 지구에 묻고 온 아내가 날 구하러 왔다! 책을 중간쯤 읽는 중이었기 때문에 잊어버릴 수도 없었다. 악! 죽은 아내가 나오는 구나! 책 표시에 스포일러 당했다! 그렇지만 아내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나올지는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 야, 그런 부분에서 나오다니!.. 2011. 8. 27.
할레드 호세이니 - 연을 쫓는 아이 연을 쫓는 아이 -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현대문학 나는 이 책의 반전과 비밀에 대해서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했다. 미스테리 소설이 아니니 만큼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재밌었다는 것에는 아무런 부정적 영향도 없다. 바바가 울고, 소랍이 울어도 나는 그들이 어떻게 될지 예상조차 해보려고 하지 않고 다음 장, 그리고 그 다음 장으로 종이를 넘길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 말이 계속 귀와 귀 사이에서 맴돌 뿐이었다. 나를 위해서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가.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2011. 8. 21.
할레드 호세이니 -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현대문학 터키는 그나마 이슬람 색채가 그리 짙지 않은 나라였음에도 불구하고 수도인 이스탄불에서 조금만 외곽으로 나오면 부르카를 쓴 여인들이 종종 있었다. 비탈길을 내려오며 부는 바람에 검은 부르카가 펑퍼짐하게 퍼지는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사막 사람들이 펑퍼짐한 옷을 입는 것 처럼 저런걸 뒤집어 쓰면 옷 안에 그늘이 져서 시원하기 때문에 저렇게 입는다고 생각해버렸다. 하지만 부르카보다 훨씬 가리는 면적이 적은 히잡을 입은 사람도 이마의 땀을 연신 닦는 다는 것을 듣고는 잠시나마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 미안해 질 정도였다.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이들의 삶이 가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그다지 많이 인상 깊지는 않은 책이었다. 이슬람권 .. 2011. 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