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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정54

명멸하는 K20DKK 무지개뱀의 베이스인 나의 선배는, 무대에 올라가는 순서는 실력과 무관하다 그러셨지만 왜 나는 매번 앞 쪽에서 공연한 밴드들의 인상이 서로 섞여서 비슷하게 보일까. 비슷한 실력 비슷한 창법 비슷한 노래들 비슷한 분위기. 검은 손톱, 찰랑찰랑 생머리, 스트라이프 패턴의 옷, 사슬, 찢어진 바지. 모두들 '특이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홍대에서 그 모든 특이한들은 한데 섞여서 오히려 평이해져 버린다. 혹시 '특이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남들이랑 똑같이 코까지 내려오는 아이라인을 그리고 머리 염색에 아무도 안신는 신발을 신고 다녀야 할 것이다. 인디 밴드라는 열심이 이런 식으로 비슷비슷한 반짝이들이라면 참으로 공연 볼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실험, 인디 정신이라는 것은 좋지만 그 인디가 또 다 .. 2009. 2. 12.
집으로 돌아갈 시간 나는 밥짓는 연기가 늦게까지 놀던 아이들을 부르던 세대의 사람은 아니다. 빨리 들어오라고 부르는 친구의 어머니를 부럽게 쳐다보며 자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왠지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나는 쓸쓸해 지고, 괜히 이런 날 골목을 홀로 지나다 밑반찬 냄새와 함께 국냄새라도 맡게 되면 나는 무언가 어둑어둑한 외로움에 빠지게 된다. 결국 사람은 혼자이기 마련이야. 라고 말하는 건 이럴 땐 변명 처럼 들린다. 2009. 2. 2.
미안! 단체 사진을 찍을 때 '하나둘(셋)'을 외쳐주지 않으면 다들 걱정되서 난리다. 단체사진을 찍고 나면 다들 와서 작은 카메라에 머리를 들이 밀으며 자신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확인한다. 그렇게 의견 조율이 안되려 쳐도 단체 사진을 올리는 사람은 더 많은 스크랩수를 올리기 위해서 평균적으로 제일 잘나온 사진을 올리려고 해준다. 사실, 더 많은 스크랩 수라는 얼핏 치졸해 보일 수 있는 이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세상 일이라는 것은 주는 만큼 오고 오는 만큼 또 가는 게 아니겠는가. 내가 남들의 흉한 사진을 많이 올리려면 나 자신도 흉한 사진이 올라갈 각오를 해야 하는 법. 남들 잘 패는 놈은 맞을 각오도 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집 개 (이름이 뭐더라) 가 "왜 시발 나 눈감은거 올렸어!" .. 2009. 1. 26.
눈꽃 눈이 살포시 잎사귀 위에 피었다. 솜솜 맺힌 것이 보드랍고 따뜻해 보인다. 혹 불면 민들레꽃씨마냥 훨훨 난다. 자기가 꽃인줄 알고 있다. 목화라 하니 영조와 정순왕후의 일화가 생각난다. 영조는 조선 왕 중에서 제일 장수한 왕이고 말년에 노망이 들고 아들을 뒤주에 가둬서 죽이기는 했으나 훌륭한 일도 많이 하고 정치도 잘 한 왕이었다고 한다. 영조가 65세에 왕비를 잃고 새 왕비를 맞아 들이기 위해 여러 규수를 불러 시험하였다. 후에 정순왕후가 된 김처자(이름도 없냐)는 그 자리에서 훌륭한 대답을 하여 정순왕후가 되었고 그 문답이 현재에도 남아 있다. 어떤 꽃이 제일 좋으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다른 사람이 목련, 연꽃 등 아름다운 꽃의 이름을 부르는데서 김처자는 목화꽃이라고 대답했다. 목화꽃은 아름답거.. 2009.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