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후보정54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재생 버튼을 눌러주세요 Michita - Softtyms 히요코(ひよ子)를 본 그녀는 즐겁게 외쳤다. "지구 특산품이다!" 엄밀히 말하면 일본 특산품이지만. 병아리 과자를 처음 보고, 처음 먹는 사람의 먹는 방법은 대부분 이렇다 1 귀엽다고 생각하면서도 머리부분을 먹는다 2 신발이라고 남에게 보여준다 3 어디선가 먹어본 맛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맛을 떠올린다 4 꼬리부분을 살짝 먹고는 앞이 뚫린 신발이라며 남에게 보여준다 5 밤 빵인가 밤 양갱인가 여하튼 무슨 밤이 들어간 빵 같은 것이랑 비슷하다고 떠올린다 히요코의 동그란 얼굴이 눌려 있었다. 그는 가만히 얼마전에 새로 갔다 놓은 쇼파에 앉아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표정은, 그의 표정은 .. 2008. 12. 27.
극락왕생 Canon Powershot G9, F3.5, 1/160, ISO 160 지금까지는 그다지 석가모니와는 관계가 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 유명한 조계사에도 가볼 일이 없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과제 '부처님 오신날'을 찍기 위해 가까운 조계사에 들렀다. 연등이라는 것이 있고 부처님이 오셨으니 축하를 하기 위해 연등을 단다는 것은 버스를 타고 다니며 보아서 알고 있었지만, 죽은 사람을 위한 등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화려하게 채색된 색색의 연등을 지나. 염불 소리가 들리고 아주머니들이 끊임없이 절을 하고 있는 큰 불당을 돌아 뒤로 가면, 색이 없어서 더욱 누렇고 그래서 더욱 상복을 떠올리게 하는 하얀 연등. 누구누구 잘 되게 해주세요. 라는 바람을 담은 채색된 연등과 마찬가지로 그 하얀 등에도 .. 2008. 12. 10.
눈 그림자 처음으로 눈 그림자를 보았던 때를 기억하고 있다. 내가 다니던 교회에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교회 신도들의 집을 돌면서 노래를 부르고 과자를 챙겨오는 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그 해의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도 두툼하게 옷을 챙겨 입고 노래를 부르러 다니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좀 춥고 졸리고 힘들기도 한 행사지만 그 당시는 그게 얼마나 재밌고 신나던지) 이 집에서 노래 부르고 과자를 챙긴 다음에 (챙긴 과자는 다음날 애들에게 나눠 주고, 남은 과자는 떨어질 때 까지 매주 애들의 간식으로 쓰곤 했다) 다음 집으로 걸어 가는 도중 눈이 왔다. 그리고 그렇게 내리는 눈을 보며 난 처음으로 눈 그림자를 봤다. 눈 그림자는 함박눈 같이 알이 굵은 눈 밑에 생긴다. 눈 오는 것을 보면서 기쁘게 가로등 밑으.. 2008. 12. 8.
081128 외부순환도로 국민대 램프 매일 카메라를 들고 다녀도, 찍어야 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아무것도 찍지 못하고 돌아오게 된다. 같은 피사체를 두고도 아 저건 찍었던 거지 하고 지나가게 되면 아무 사진도 못건진다. 매일 보던 거리도, 매일 보던 친구 얼굴고 찍고 싶다, 또 찍고 싶다, 또 찍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또 새롭고 아름답게 보인다. 필카를 들고 한참 돌아다니면서 '찍고싶지만 이상한 찍을 것 빼기'를 했더니 디카를 들고 있어도 좋은 셔터찬스를 못잡는다. 과감하게 찍어야 할 때는 덜덜 거리느라 놓치고, 이상한 디카 허영이 살며시 생겨서 필요 없는 부분에서만 많이 찍어서 사진 골라내는데 고생을 한다. 깊은 생각 없이 셔터를 누르면 후보정을 하면서 뒤지게 고생을 한다. 아무리 해도 마음이 안드니까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보고.. 2008.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