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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레드 호세이니 - 그리고 산이 울렸다 그리고 산이 울렸다 -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현대문학 몇 달 전, 이사 직후 친구들이 집들이를 왔을 때 나는 친구 중 한 명에게 연을 쫓는 아이를 빌려 줄까 했었다. "책을 빌리는 사람은 바보이지만, 책을 빌려주는 사람은 더 바보다"라는 말도 있고, 나는 책을 깨끗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다가 어지간히 재미있고 마음을 울린 책이 아니라면 사지 않는다. 때문에 나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그 책을 빌려주기에 앞서 연을 쫓는 아이를 다시 읽어보았다. 일전에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을 쓸 때는 별 네개를 주었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독후감을 더 길게 쓸 수가 없었다(연을 쫓는 아이 이전 독후감 링크) 다시 책을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은 마음이 너무 아파져서 일년에 두 번 이상 읽을.. 2014. 6. 22.
요나스 요나손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열린책들 읽으면, 참 잘 읽었다 하고 배불러지는 책이 있는 반면에 시간만 버렸네 하고 한숨을 쉬느라 배가 꺼지는 책이 있다. 책 표지에 요란하게 써진 이 상을 탔어요 저 상을 탔어요하는 광고가 그 배부름의 정도를 결정해주진 않지만, 한 일곱개 정도 되는 상을 탔다는 것과는 상관 없이 이 책은 배부른 책이다. 이야, 도대체 마지막으로 포스팅을 올린 후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블로그를 꽁꽁 얼려 두었나 라는 하소연을 할 법도 싶지만 일단 100세 노인의 이야기나 좀 하자 내 얘기는 아직 할 시간이 많을 테니 말이다. 100세의 노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 치고는 내용이 참으로 역동적이다. 그리고 100년, (말이 100년이지 세.. 2014. 6. 19.
조경란 - 백화점 백화점 - 조경란 지음, 노준구 그림/톨 나는 백화점에는 잘 가지 않는 편이다. 아마, 우리 집이 백화점에 가는 집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보다 어린 20대 초중반의 여자들도 가지고 다니는 소노비(이렇게 읽는 건 맞나? 맞군 sonovi) 가방이 엄마가 가진 유일한 사치품이다. 나의 아버지는 나와 동생이 입고 질려 던져둔 잠바나 어디서 들어온지 알 수 없는 무료 티셔츠를 구멍이 날 때까지 입고 다니신다. 그 것은 이제 우리집 사정이 좀 피고 자시고를 떠나서 그런 생활 습관이 몸에 배어 선뜻 새 옷을 입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나 어머니나 나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명명백백 백화점은 나의 장소가 아니다. 나는 1층 지갑 매장 직원들이 제품을 보여 줄 때 벨벳 장갑을 깬다는 것도, 백화점.. 2011. 12. 29.
조경란 - 혀 혀 - 조경란 지음/문학동네 간만에 아주 배부른 소설을 읽었다. 발터 뫼르스 식으로 얘기 하자면, 오름을 관통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람들이 조경란의 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형용사는 '감각의 제국'이라는 묘사이다. 영화 '감각의 제국'과 많이 비교가 되면서 연인에 대한 소유욕이 화자되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저 그 제목 그대로, 감각: 미각으로 세운 제국과 같은 치밀한 소설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잊고 있던 감각에 대해 일깨워준 제일 충격적인 소설은 아무래도 쥐스킨트의 향수이지만, 향수에서는 스토리를 따라가느라 조경란의 혀 만큼 민감하게 감각적인 묘사를 향유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혀'의 스토리가 단조로운 것은 아니다. 나는 친구가 이 책을 소개하면서 이미 스토리를 다.. 2011.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