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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글108

너에게 말하지 않은 욕망 K20D, F.4.5, 1/60초, ISO-400, 40mm. 국민대 7호관 앞 육교 엘리베이터 근처에 있는 화단 너에게 말하지 않은 나의 욕망 재생버튼을 눌러주세요 너에게 소중한 사람이, 너의 뇌리에 박힌 사람이, 너의 마음에 담긴 사람이, 네가 잊지 못할 사람이 되고 싶다.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너의 정신에 뿌리박힌, 너의 무의식 속에 들어앉아 너의 습관에 자리잡은 근본적인 기억이 되고 싶다. 네 생활과 네 언동에 나의 그림자가 비치고, 네가 무언가를 그리워 하면 내가 그 그리움의 근원이 되고 싶다. 너의 행복이 아니라 너의 슬픔에 맺힌 뮤즈가 되고 싶다. 사람이란, 꼭 그렇게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고 싶어 한다. 누군가에게로 가서 그의 꽃이 되고 싶어하고,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 2008. 11. 27.
마음에 담긴 여행지 모든 사람에게, 그 사람이 처음으로 간 해외 여행지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고 한다. 살던 곳과는 다른 환경이 주는 최초의 충격이 강력하게 개인의 마음에 파고든다. 또 다시 해외 여행을 가게 되면 그 때는 '뭐 사람 사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기지' 하는 마음이 들지만, 첫 여행지 만은 이국적이고 특별한 정취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나에게도 첫 해외 여행지는 특별한 기분과 애틋한 그리움과 함께 마음 속에 남아 있지만 나는 요근래 더욱 더, 그 첫 나라 보다 이 사진 속의 나라가 그리워 진다. (아무래도 나는 늦은 가을을 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형제의 나라' 라는 둥 하지만 실제로 가봤더니 날 보며 '오하이요'만 하던 사람들 (물론 대한항공 승무원이 나보고 일본인이냐고 물어보긴 했지만),.. 2008. 11. 26.
첫눈이여 오라 지난 여름 쮼과 함께 봉선화 물을 들였다. 봉선화 꽃 잎을 따고, 잎을 따고, 백반을 넣고, 그들을 찧고, 손톱에 올려 놓고, 비닐을 길게 오려서 손톱을 싸매고, 한 잠 자고 일어나면 쭈글쭈글 해진 손가락 끝에 봉선화 꽃잎이 핀다. 봉선화 물을 들이면서 쮼에게 물들인 손톱이 첫눈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어머니의 어머니를 통해서 딸에게 전해져 온다는 것을 얘기해주니 신이 나서 손톱을 자르지 않겠다고 했다. (1cm를 넘어 갔던 그 엄지손톱은 급하게 가방을 챙기다가 부러져버렸다.) 얼마전에 서울에 첫눈이 내렸는데 쮼은 수업을 듣고 있느라 첫눈을 못봤다고 아쉬워 했다. 손톱 끝에서 떨어질락 말락 걸려 있는 봉선화 물을 보면 아슬아슬한 마음이 든다. 쮼은 자신이 보지 못한 첫눈은 .. 2008. 11. 25.
개나리 노란 추억 개나리, 노란 불빛에 가지까지 노랗다. 올 봄에 개나리 피고 두근두근 하는 마음에 야생화도 찍고 쌈지길 가서 나비 모양 풍선 본 것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아니 사실 생생한 정도는 아니고 그랬었지 하고 생각하는 정도긴 하지만) 벌써 개나리는 다 떨어지고 없다. 개나리 이파리도 가지도 추워서 바들바들 떨린다. 그래도 난 벌써 또 봄과 개나리를 기다린다. 산수유, 개나리 봄이 왔음을 알리는 그 노랗고 앙증맞은 녀석들. 나는 봄이 지나기만 해도 또 다시 봄을 그린다. 또 봄이 왔으면, 어서 봄이 왔으면, 이 추운 살을 에는 겨울이 지나고 빨리 봄이 왔으면 여름이 되도 나는 봄이 왔으면, 가을이 되도 봄이 왔으면, 겨울이 되도 봄이 왔으면, 아직 추운 겨울의 끝발에 첫 산수유 꽃을 발견하는 그날부터, 반팔을 꺼.. 2008.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