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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글108

야작의 아침 '야작'이라는 것이 없는 과도 있고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과도 있을 것이다. 어떤 과에서는 그런 건 해본 적도 없다고 하고 야작을 하는 과는 꽤 열성적으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야작을 한다. 야간작업 : 야작 과제나, 전시회, 공모전 등을 학교에서 밤을 세워 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야작을 하고 난 뒤 돌아가며 맞는 아침은 꽤나 각별하다. 남들이 학교에 오는 시간,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이른 시간에 학교를 나가고 있자면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이 몰려온다. 어깨엔 피로와 약간의 나른함을 메고 신선한 아침 공기를 호흡하면 지난 밤의 작업이라는 것이 담배연기 처럼 몽몽 머리 주변을 날아 다닌다. 머리는 떡져 있고 옷차림은 야작에 대비한 편한 복장이기에 전체적인 모습은 추레하다. 그런 차림으로 조금씩 늘어나기 .. 2008. 11. 16.
낡은 꽃 계절이 변하고 해가 바뀌어도 지지 않는 꽃이 있다. 언제나 화려하게 핀 꽃 그대로 차츰차츰 낡아 간다. 꽃이 낡기란 쉽지 않은 일일텐데, 오래된 조화를 보고 있으면 추하고 너절하다는 기분이 든다. 생화는 피고, 진다. 조화는 만들어지고 낡는다. 가늘고 길게 사느냐, 굵고 짧게 사느냐로 생각해도 될까? 2008. 11. 16.
낙화 이후, 재생 버튼을 눌러주세요 Yuhki Kuramoto - Refinement - Nocturne 꽃이 떨어져 썩는다. 바람에 흩날리던 붉은 입술이 검은 대지 위에 입맞추면 꽃 잎은 입속까지 하얗게 질리고 조각조각 갈라져 사라져간다. 낙화란 꽃의 죽음이다. 꽃 잎은 땅에 떨어져 죽는다. 사실 꽃이 죽는다고 표현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낙화하는 꽃을 인간이나 동물의 죽음에 대입해서 묘사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우리는 낙화한 꽃이 썩어가고, 그 것이 겨우내, 혹은 어느 오랜 세월 세상에 떠돌다 다시 꽃으로 돌아갈 것을 안다. 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잠깐 안녕 하고 그 모습을 숨기는 것이다. 우리가 어느 곳 어느 때에 다시 나타난 꽃을 또 만나는 것이다. Saying good-bye is not .. 2008. 11. 10.
감나무에 감 동실동실 꽃은 씨를 남긴다. 과육이라는 눈 가림은 사실 씨를 위해 존재한다. 어떤 선생은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인간이 살아 가는, 인간이 살아 있는 이유는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즉 다시 말해 자손을 남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스스로 비참한 기분에 빠졌다. 인간이 사는 것에 단순 종족 번식 이외의 무언가 더 고상하고 향기로운 것이 있으리라고 무의식중에 기대했기 때문이리라. 어떤 사람들은 그 고상하고 향기로운 무언가를 찾지 못하고 죽는다. 어떤 사람들은 그 고상하고 향기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어떤 사람들은 이 것이야 말로 그 고상하고 향기로운 무언가라고 설파한다. 그러나 진실은 알 수 없다. 혹은 진실.. 2008.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