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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코보 - 모래의 여자 모래의 여자 -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민음사 새로 이사 온 이 동네는 책의 불모지다! 아니면 사실 지금까지 내가 책을 접하기 쉬운 환경에서만 살아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는 도서관이 먼 동네에 살았어도 학교 도서관이 있었던 덕분에 항상 쉽게 책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것이 학교도 안나가게 된 마당에 도서관이 근처에 없자 정말 힘들어졌다. 동사무소 문고에서 책을 빌려 보다가 연체를 하게 되어 몰래 책반납함에 넣고 도망나온 지금에는 기를쓰고 도서관에 가지 않으면 이 언덕 위로 책을 들고오기가 막막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한 권의 책을 보기 위해 도서관에 갔다가 예정 없는 녀석들을 잔뜩 업어오는 버릇을 고치질 못하겠는 것이다. 한두권도 아니고 네다섯권쯤 되다보면 얇고 재밌.. 2014. 12. 31.
마거릿 미첼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상 - 마가렛 미첼 지음, 송관식 옮김/범우사 다시 읽고 싶어진지가 꽤 오래 되었는데, 차마 세 권짜리의 긴 장편소설을 읽을 짬이 안나서 미루던 것이 몇 년 되었다. 요즘 나의 애용도서관인 염리동 주민센터 2층은 누군가 기부한 장미의 이름 상 권이 하 권 없이 홀로 꽂혀있는 수준이지만, 작은 규모이니 만큼 귀엽고 약간 두서없는 분류들 사이에 재미있는 책을 찾는 보람이 있다. 를 빌리려 그랬더니 1987년도에 출판된 금성출판사의 세 권짜리 책을 찾아 주시더라. (나보다 나이가 많은 책이 이리 깨끗하다니 한 세명이나 읽었을까?) 사서형은 오래된 책인데요, 하면서 이 책을 내밀었지만 1936년에 출판된, 1860년대에대한 내용을, 1987년 어투로 읽는 것은 꽤 어울리는 일인 듯 했다.. 2014. 7. 8.
할레드 호세이니 - 그리고 산이 울렸다 그리고 산이 울렸다 -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현대문학 몇 달 전, 이사 직후 친구들이 집들이를 왔을 때 나는 친구 중 한 명에게 연을 쫓는 아이를 빌려 줄까 했었다. "책을 빌리는 사람은 바보이지만, 책을 빌려주는 사람은 더 바보다"라는 말도 있고, 나는 책을 깨끗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다가 어지간히 재미있고 마음을 울린 책이 아니라면 사지 않는다. 때문에 나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그 책을 빌려주기에 앞서 연을 쫓는 아이를 다시 읽어보았다. 일전에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을 쓸 때는 별 네개를 주었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독후감을 더 길게 쓸 수가 없었다(연을 쫓는 아이 이전 독후감 링크) 다시 책을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은 마음이 너무 아파져서 일년에 두 번 이상 읽을.. 2014. 6. 22.
조경란 - 백화점 백화점 - 조경란 지음, 노준구 그림/톨 나는 백화점에는 잘 가지 않는 편이다. 아마, 우리 집이 백화점에 가는 집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보다 어린 20대 초중반의 여자들도 가지고 다니는 소노비(이렇게 읽는 건 맞나? 맞군 sonovi) 가방이 엄마가 가진 유일한 사치품이다. 나의 아버지는 나와 동생이 입고 질려 던져둔 잠바나 어디서 들어온지 알 수 없는 무료 티셔츠를 구멍이 날 때까지 입고 다니신다. 그 것은 이제 우리집 사정이 좀 피고 자시고를 떠나서 그런 생활 습관이 몸에 배어 선뜻 새 옷을 입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나 어머니나 나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명명백백 백화점은 나의 장소가 아니다. 나는 1층 지갑 매장 직원들이 제품을 보여 줄 때 벨벳 장갑을 깬다는 것도, 백화점.. 2011. 12. 29.